유대인들은 왜?
김종식 목사와 김희영이 번역
출처 wwww.segibak.or.kr
2-21. 왜 신부의 얼굴을 면사포로 가릴까?
유대인들에게는 ‘신부를 가리다(이디시어 badekn die kalla)’라는 오래된 관습이 있다.
이것은 면사포로 신부의 얼굴을 가린다는 말로써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 신부가 아직 분장실에 있을 때 신랑이 신부에게 와서 얼굴을 면사포로 덮어 주는 것이다.
이때 랍비 또는 기도문 독창자는 “우리 누이여! 너는 천만인의 어미가 될찌어다”(창세기 24장 60절)라고 외친다.
창세기에 보면, 아브라함은 시종 엘리에셀을 하란으로 보내어 이삭의 아내가 될 처녀를 데려 오도록 하였다.
그리고 엘리에셀이 리브가를 데리고 오자 이삭은 리브가를 맞으러 나왔고, 리브가는 면사포로 얼굴을 가렸다(창 24:65).
유대 민속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유대인 여성들이 사용하는 면사포가 로마 풍습에서 온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로마의 신부들은 전신을 덮는 면사포를 썼는데, 죽은 후에는 이 면사포를 수의로 사용했다.
동양의 유대인들은 투명하지 않은 천으로 면사포를 만들었으며, 신부가 천막으로 이동할 때는 앞이 보이지 않도록 하였다.
따라서 신랑의 안내를 받아 식장으로 갈 수 밖에 없었으며, 이것은 곧 ‘이 남자를 온전히 믿고 신뢰하겠다’는 고백으로 간주되었다.
공동체에 따라서는 신랑이 예식 직전에 신부를 면사포로 덮어 주기도 하고, 신랑이 신부 앞에 서면 예식을 진행하는 성직자가 덮어 주기도 한다.
2-22. 왜 결혼식을 하기 전에 손수건으로 일종의 의식을 할까?
초창기에는 성혼(成婚)이란 신랑 신부가 신부 아버지의 사례금을 ‘받는’ 개념이었다.
유대 율법에 의하면, 거래가 성사되었음을 확인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킨얀 수도(히브리어 kinyan sudor, 손수건으로 합의한다)’라는 것이 있었다.
지금은 보기 드문 풍습이 되었지만, 19세기에는 혼인을 결정하고 나면 계약(tenaim)내용을 문서로 작성할 날짜를 잡았다.
(이 문서작성 의식을 독일어와 이디시어로 knas mahl이라고 부른다.)
계약이 문서화되면 결혼식 진행자가 손수건을 들고 가운데 서고, 한쪽에는 신랑측 대표가 서고 다른 쪽에는 신부측 대표가 서서 손수건의 양쪽 끝을 하나씩 잡음으로써 계약이 성사되었다.
‘얻은 것을 받다’는 뜻에서 ‘카발랏 킨얀(kabalat kinyan)’이라 불리는 이 계약(knas mahl)은 요사이는 결혼식 이전에 집에서 비공식적으로 행하기도 한다.
계약이 끝나면, 케투바(ketuba, 결혼계약서)의 증인 두 사람과 손님들이 보는 가운데 신랑은 주례자가 들고 있는 손수건을 받아 들고 결혼 계약서에 적힌 의무를 다하기로 맹세한다.
증인들은 결혼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신랑은 신부에게 면사포를 씌워 주기 위해 신부 대기실로 간다.
2-23. 왜 신랑 들러리들은 촛불을 들고 다닐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지만, 시내산에서 하나님(신랑)이 이스라엘 민족(신부)에게 십계명을 주신 출애굽기 19장 16절(우뢰와 번개와 빽빽한 구름이 산 위에 있고…) 사건이 가장 보편화 되어 있다.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님을 받아들였을 때 나타났던 번개가 촛불로 상징화된 것이다.
로마인들은 결혼식을 할 때 횃불을 손에서 손으로 건네는 순서를 가졌는데, 결혼식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었다.
1세기에는 유대인들도 신부의 들러리가 횃불을 들고 신부를 맞는 순서를 가지기도 했다.
2-24. 왜 신랑이 신부보다 먼저 후파 밑으로 들어갈까?
이 전통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내용 중 한 가지는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받은 사건과 관련이 있다.
하나님(신랑)이 먼저 나와 이스라엘 민족(신부)을 맞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랑이 먼저 후파(결혼 천막) 아래 서서 통로로 걸어오는 신부를 맞는다.
2-25. 왜 신부와 신부 부모가 신랑의 주위를 돌까?
신부가 결혼식에서 신랑 주위를 도는 이유는 악령이 신혼 부부가 행복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믿는 데서 생긴 전통이다.
신부가 신랑 주위를 일곱 번 또는 어떤 공동체의 경우에는 세 번씩 돈다.
그렇게 하면 신랑을 공격하려던 악령들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악마는 원을 뚫지 못한다).
군사들이 왕을 둘러 싸고 보호하듯이 신랑을 왕처럼 보호하는 개념이다.
신랑 주위를 세 번 도는 이유는 호세아 2장 19~20절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신랑을 상징하는 하나님이 신부를 상징하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내가 네게 장가들어 영원히 살되 의와 공변됨과 은총과 긍휼히 여김으로 네게 장가들며 진실함으로 네게 장가들리니 네가 여호와를 알리라”라는 말을 하면서 장가간다는 표현을 세 번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곱 번 도는 이유는 7이라는 숫자가 신성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은 칠일이고, 안식일에는 일곱 개의 알리야가 있으며, 안식일은 한 주의 일곱 번째 날이다.
그리고 성전시대에는 호샤나 라바(Hoshana Rabba) 때 제단 주위를 일곱 번 돌았다(Hakaf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