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성경의 문화와 풍습
3. 이스라엘 집과 지붕의 중요성
1. 일반 주택의 구조와 지붕
신명기 22:8에 의하면, 새로 집을 지을 때 지붕에 난간을 만들 것을 명령하고 있다. 이것은 사람에 지붕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난간이 없는 지붕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게 되면 그 죽은 사람의 피가 그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내용은 오늘날 우리들의 상황에 비추어볼 때 왜 지붕에 난간을 만들어 두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들의 문화권 속에서 지붕은 사람의 접근할 필요가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시대 팔레스타인 지방에서의 지붕은 형태와 용도에서 오늘날과는 전혀 달랐다. 과연 사람들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하여 난간이 필요했던 당시의 집 구조와 지붕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성경시대 일반 보통 사람들이 거주하였던 주택은 방 하나로 된 단칸 집이었다. 당시 생활은 주로 집 밖에서 이루어지고 집에서는 단지 저녁에 돌아와 하룻밤을 지내는 휴식지로서의 의미가 있었다. 그러한 용도의 집에 대하여 당시 사람들은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따라서 외부를 치장하는 일도 없었다. 집안의 바닥은 땅을 골라 다진 정도였고, 조금 형편이 나은 사람은 진흙에 석회와 자갈을 섞어 바닥을 만들기도 하였다. 로마시대에 이르러서는 호화스러운 모자이크 바닥이 생기기도 하였지만 그러한 장식 바닥은 부유층에 국한되었다. 집의 벽을 만드는 데에는 진흙을 햇볕에 말린 흙 벽돌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욥기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사는 집을 “흙 집”(욥 4:19)이라고 하였다. 때로는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사암으로 벽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 사암은 겉모양이 거칠어 이음새가 넓고 벽면이 거칠었다.
단칸방으로 이루어진 보통 집의 지붕은 맨 밑바닥에 벽과 벽을 가로지르는 대들보가 놓고 그 위로 갈대나 가시덤불을 깔았다. 그리고 다시 그 위에 흙이나 진흙으로 덮었으며, 마지막으로 모래나 자갈을 뿌린 다음 굴림대로 평평하게 다져 비가 새는 것을 막았다. 이 굴림대는 지붕 위에 그대로 두고 있다가 비가 내리고 나면 다시 그것을 굴려 지붕을 평평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런 지붕 위에는 겨울철 비가 내리면서 잡초들이 자라게 된다. 그러나 이런 풀들은 햇빛이 조그만 쬐어도 금방 말라버리게 된다. 그래서 시편 기자는 시온을 미워하는 자를 자라기 전에 마르는 지붕의 풀에 비유하고 있다 (시 129:6). 지붕을 아무리 단단하게 다져 놓았다 하더라도 비가 많이 내리면 빗물이 집안으로 흘러 들어오게 된다. 잠언에서는 다투는 아내를 집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빗물에 비유하였다 (잠 19:13; 27:15).
2. 지붕이 사용되는 용도
팔레스타인 지방에서는 오늘날도 지붕이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다목적 지붕의 용도는 성경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스라엘에서 지붕이 사용되는 용도는 적어도 다음의 다섯 가지로 살펴 볼 수가 있겠다. 이렇게 다양하게 사용되었던 지붕에는 사람들의 접근이 잦았고, 그런 지붕에 안전을 위하여 난간을 만드는 일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될 것이다.
1) 잠자리로 사용되는 지붕
비가 내리는 겨울철에는 날씨가 춥고 비가 내림으로 지붕에서의 잠자리는 불가능하지만 고온 건조한 여름철 동안 지붕은 좋은 잠자리를 제공한다. 특히 습기가 적기 때문에 시원하고 쾌적한 저녁과 아침을 이곳에서 즐길 수 있다. 사무엘과 지붕에서 담화를 나누었던 사울은 이곳 지붕에서 하룻밤을 지낸 것이 있다 (삼상 9:25-26)
2) 곳간으로 사용되는 지붕
이스라엘의 지붕은 통풍이 잘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이기 때문에 곡식이나 과일을 익히거나 말리기에 적합한 장소이다. 라합은 자신의 집 지붕에 벌려 놓았던 삼대 속에 여리고를 살피러 온 이스라엘 정탐군들을 숨겨 주었다 (수 2:6).
3) 공지사항을 알리는 장소로서의 지붕
마을의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 공지사항이 있을 경우 전달 책임을 맡은 사람은 그 마을에서 제일 높은 지붕에 올라가 큰소리로 그 내용을 알렸다. 때로는 나팔을 불어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표시를 하기도 하였다. 이런 공지사항은 주로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나절에 있었다. 이러한 관습을 잘 알고 계셨던 예수께서도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어두운 데서 이르는 것을 광명한데서 말하고 너희가 귓속으로 듣는 것을 집 위에서 전파하라”(마 10:27) 고 말씀하셨다. 누가복음에서는 “너희가 골방에서 귀에 대고 말한 것이 집 위에서 전파되리라”고 하였다.
4) 기도의 장로서 사용되는 지붕
지붕이 기도의 장소로 사용된 것은 구약시대 뿐만 아니라 신약시대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스바냐 선지자는 “지붕에서 일월성신을 숭배하는 자들”이 멸절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습 1:5). 베드로가 환상을 본 것도 제 육시 기도를 위하여 올라갔던 지붕에서였다 (행 10:9). 지붕이 기도의 장소로 선호되었던 것은, 마치 산 위가 예배의 장소로 선호되었던 것과 같이, 지붕은 곧 그 집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5) 위급한 경우 도피로로 사용된 지붕
성경시대 집들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연이어 지어졌기 때문에 지붕과 지붕을 이용하여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가 있었다. 예루살렘과 같이 인구가 조밀한 도시지역에서는 집과 집을 이어 연결되는 ‘지붕길’이 있었다. 맨 마지막 집에는 밑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음으로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고 통행할 수가 있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지붕 위에 있는 자는 집안에 있는 물건을 가지러 내려가지 말라”(마 24:17; 막 13:15; 눅 17:31)고 하셨을 때 ‘지붕길’을 염두에 두신 것이다.
3. 다락방
여유가 없는 서민들은 지붕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때로는 이곳에 천막 혹은 움막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형편이 좀 나은 사람들은 지붕 위에 항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락방을 짓기도 하였다. 다락방은 더운 여름철에는 시원한 휴식처가 되었고, 종용하게 시간을 보내는 명상의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귀한 손님이 왔을 때에는 그를 접대하는 장소가 되었다. 주로 여름철에 사용되는 다락방이기 때문에 지붕 위의 다락방을 ‘여름방’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다락방은 밖으로 통하는 통로 계단이 있기 때문에 집안 사람들에게 조금도 폐를 끼치지 않고 드나 들 수가 있었다.
수넴 여인은 선지자 엘리사를 위하여 담 위에 작은 방을 지었는데, 이것이 지붕에 지은 다락방이다. 이 방에는 침상과 책상과 의자와 촛대 등의 기본적인 가구가 마련되었다 (왕하 4:10).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만찬을 갖은 곳도 예루살렘에 있는 다락방이었다. 당시 예루살렘에는 매년 절기 때마다 각지에서 수많은 순례객들이 몰려들었다. 이들 순례객들은 예루살렘에 머물면서 그러한 다락방을 많이 이용하였다. 예수께서 마지막 만찬을 나누었던 다락방은 그 후 오순절 성령강림이 있었던 기도의 장소가 되었다 (행 1:13).
4. 지붕을 뚫고 내려온 중풍병자 (막 2:4)
마가의 기록에 의하면, 중풍병자를 침상에 메고 온 네 사람은, 예수가 계신 그 집의 지붕을 뜯어 구멍을 내고 중풍병자가 누운 침상을 달아 내렸다. 여기에서 지붕을 뜯어내는 일은 당시 큰 문제가 아니었다. 갈대 혹은 나무 가지 위에 진흙을 바르고 모래나 자갈을 덮은 당시의 지붕을 뜯어내는 일은 간단했을 뿐만이 아니라 원상대로 복구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 일은 집주인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 일도 아니었다. 실제로 지붕 위에 있는 곡식이나 물건을 내려놓기 위하여 지붕을 뜯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지붕을 뜯어내는 일은 예수를 비롯한 집안 사람들에게 큰 방해가 되었을 것이고 또한 몸이 불편한 병자를 그렇게 달아 내리는 일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마가복음 2장에서의 지붕을 뜯어 구멍을 만든 것은 집의 본 지붕이 아니라 비상 통로로 사용하는 지붕이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지붕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집안에서 지붕으로 올라가는 계단이고, 다른 하나는 집 밖에서 지붕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후자의 경우는 항상 사용할 수 있도록 노출되어 있었지만, 전자의 경우는 비상시를 위한 계단으로서 평상시에는 본 지붕처럼 덮어두었다. 이들 네 사람이 뜯어낸 지붕은 집안으로 통하는 비상용 통로로서의 지붕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지붕을 벗겨내는 일은 쉬울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큰 불편을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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