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스러운 생명.
“그러나 양심에 비추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돼!”
당신의 결론이 이렇게 나온다면,
이것은 바로 인간을 대하는 태도와 인간이 아닌 그 밖의
‘사물’을 대하는 태도 사이에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 의자를 생각해보자.
이 나무의자는 여러 해 동안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지만,
이제 몸체와 다리 사이가 벌어져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몇 달 안 가서 못쓰게 되겠기에, 이를 고쳐서 쓰거나 새 의자를 구해야 한다.
어찌할 것인가?
의자를 고치는 데 얼마가 드는지,
새것을 사는 데 얼마가 드는지를 알아봐야겠다.
그동안 이 의자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생각이 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덧 한 가지 커다란 가정을 하게 된다.
헌 의자를 버리고 새것을 구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권리에 속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가게에서 봐둔 새것이 썩 마음에 들기에
순전히 자신의 권리로 헌것을 버려도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인간을 대하는 태도와
의자 같은 물건을 대하는 태도 사이에 기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의자 같은 물건을 대하는 태도는
두 가지 면에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구별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의자가 그 사용가치(의자를 쓰는 데서 얻는 가치)를
다하면 가치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쓸모없는 것이 되면 가치가 없어진다. 버려도 된다.
총을 잡은 사내가 “간단히 죽여버리자”고 제안하던 예에서
충격적인 사실은 인간을 그냥 버려도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첫 번째 논리와 관련 있기도 한데 의자를 재산이라고 보는 점이다.
내가 그것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언제라도 버리기로 마음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런 식으로 소유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