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스러운 생명.
어떤 존재가 나의 소유물이라면, 그에 관한 결정은 대체로 나의 권리에 속한다.
그것을 계속해서 쓸 수도 있고, 부술 수도 있으며,
그것으로 다른 걸 만들어도 좋고, 팔아치워도 된다.
하지만 인간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만한 권리를 가질 수 없지 않을까?
앞의 예에서, 우리는 인간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는 점에
생각을 같이한다고 가정하자.
즉 다른 사물과 달리 인간은 특별한 종류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인간은 단순히 바꿔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과 통한다.
이렇게 보면 개개의 인간은 다른 사물과는 다르게,
특별한 개인으로서 대접을 해야 하고, 그런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은 두 번 다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을 더 잘 이해하려면,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어, 별일 아니야, 또 낳으면 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는 있을 수 없는 개체를 잃었고,
그 자식이 지닌 특별함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예수는 개개인을 사랑하기를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이 하라고 했다.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 개개인을 성스러운 것으로 대하는 것은
곧 예수의 사랑을 본받는 일이다.
기독교 신앙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도덕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인간은 그들을 부리거나 쓰는 데서가 아니라,
그 모두를 뛰어넘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그러기에 인간의 가치를 결과만으로 저울질해서는 안 되며,
인간 자체로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인 혹은 내재하는 가치를 지닌다.
인간은 스스로 가치를 지니며,
그 가치는 그 사람의 쓸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본질적인 혹은 내재하는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은
인간에게 해서는 안 될 행위가 왜 있는지를 설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