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스러운 생명.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 하여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
인간의 가치는 우리가 다른 이에게 할 수 있는 행위에 한계를 설정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지닌 까닭에,
자기 이익을 위해 저질러서는 안 될 특정 행위를 정해놓은 셈이다.
물론 총을 든 사내는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에게는 곤궁한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서 채권자를 해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사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사내에게 한 가지가 부족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는 인간의 가치란 것을 알지 못한다.
인간이 그 무엇에 비할 수 없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는 생각은
두 갈래 주장으로 나타나는데,
이에 관해서는 이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의무론과 결과주의론에
바탕을 둔 도덕론의 차이를 살피면서 볼 것이다.
한편으로, 인간의 가치는 다른 모든 것의 가치를 압도하는 까닭에
인간의 행위 자체에 일정한 제약이 설정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생명의 신성함을 인정하면,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명의 가치를 초월하여
그 이상 가치 있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예를 들어,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지닌 가치가 바로 그것이다.
또 한편으로, 생명이 신성하다거나
인간의 생명에 가치가 있다는 것은 곧 인간 생명의 가치를
단순히 우리가 누리는 다양한 가치 가운데
하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은 다른 것에 견줄 수 없는 고유의 가치를 지녔을 뿐 아니라
자신의 생명에 대한 권위를 지닌다.
생명을 지녔을 뿐 아니라 자신의 생명 안에서,
그리고 자신의 생명에 대하여,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즉각적인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