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 헤르만 헤세
인생은 무의미하고 끔찍하며 한심스럽지만,
그럼에도 찬란합니다.
삶은 인간을 조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지렁이보다 더 배려해 주는 것도 아니랍니다.
유독 인간만이 자연의 변덕이요,
자연의 무자비한 장난이라는 생각은
잘난 체하는 인간들이 만들어 낸 망상입니다.
우리 인간의 삶은 새나 개미의 삶보다 힘들지 않습니다.
훨씬 수월하고 아름답지요.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절망을 이겨냄으로써
우리는 인생이 무자비하다는 사실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자연의 지독함을, 자연의 무의미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이런 야만적인 무의미에 대항하여 의미를 길어 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요,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요.
사실 다른 일은 동물들이 훨씬 더 잘 하거든요.
지렁이에게 무의미함이 고통이 아니듯
대부분의 사람에게 의미 없는 삶은 전혀 고통이 아닙니다.
하지만 고통에 사로잡혀 의미를 찾기 시작하는
극소수의 인간이 인류의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 헤르만 헤세의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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