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에 있으면서 이병철 회장의 지시로 25개나 되는 신규 사업을 동시에 추진했다.
매출 300억 원에 생산 부품이 4개에 불과했던 작은 기업은 5년 만에 30개가 넘는 사업품목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며 이병철회장이 제시한 5년에 10배 성장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현재 삼성전기는 세계적 부품 회사 가운데 하나다.
흔히 한글의 핵심을 '미음(ㅁ)'이라고 하는데, 나는 소통의 기본 원리도 바로 이 'ㅁ'에서시작한다고 정리했다.
제일 먼저 '만나라' 그 다음 '먹어라' '마셔라' '말해라', 또 마음을 열기 위해 발가벗고 "목욕해라'등이다.
조직원 간의 소통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어리라고 생각한다.
조직원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니 한 달에 한 번 하는 이사회의 자료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매일 현장 밀착형으로 일했으므로 모든 데이터와 현장 상황이 머릿속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1991년에는 삼성전기가 최초로 중국에 공장을 설립했다. 광둥성 둥관시에 있는 둥관 공장이다.
선전 바로 위에 있는 도시인데, 지금은 외자 기업의 천국이자 가장 번성한 산업 단지지만 우리가 들어 갔을 때만 해도 개발 초기였다.
당시에는 산둥성의 칭다오 시장이 우리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을 많이 찾았다.
인건비가 싸고 정부 협력이 잘되니 허가를 받으면 한 달 만에 공장이 돌아갈 정도였다.
칭다오는 인천에서 페리선을 타면 금방 도착할 정도로 가깝다.
정말 놀라운 건 모든 통관 작업이 배 위에서 진행됐다는 것이다. 세관원들이 미리 작은 배를 타고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가 탄 큰 배로와 항해하는 1시간 동안 모든 절차를 끝마치는 시스템이었다.
그때야 비로소 중국의 저력을 다시 보게 됐다.
가이드를 맡은 상사맨에게 중국이 관료 사회라 어려울 텐데 어떻게 이렇게 잘 버티고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중국처럼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얘기하는 게 아닌가.
그는 "다른 곳은 법 때문에 안 되는 게 많지만, 여긴 법이 있어도 합리적으로 접근하고 설득하면 들어 준다.
그래서 나는 중국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한참 공장을 짓는 와중에 마을의 촌장 한 명이 매일 현장을 찾아왔다. 특별한 용무도 없었다.
그저 "필요한 것, 도와줄 것이 없느냐"고 물어보는 게 다였다
그러던 차에 첫 번째 수입한 부품이 통관 문제가 생겨 자꾸만 '퇴짜'를 맞는 일이 발생했다.
매일 찾아오던 촌장 생각이 난 건 그때였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그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당장 "그런 문제라면 내가 같이 가 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긴가민가하며 세관을 찾았는데, 얼마 안 있어 촌장이 직접 우리 짐을 찾아 들고 오는게 아닌가.
촌장은 "내가 잘 얘기해 찾아왔다"며 중국 관리들을 설득한 얘기를 들려줬다.
"우리 중국에 들어온 최초의 한국 기업입니다. 홍콩과 대만은 한자를 쓰지만 한국은 안 쓰죠. 그러니 틀린 게 고의는 아닐 겁니다. 중국의 체크 방법과 한국의 그것이 달라 착오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번에 통관시키면 내가 잘 얘기해 다음에는 착오가 없게 하겠습니다."
그 뒤에 나는 촌장을 다시 만나 "촌장의 일도 많을 텐데, 어떻게 매일 이렇게 찾아와 물어보고 도와주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정색하며 "이것이 내 일" 이라고 대답했다.
한 촌에서 공장을 유치하면 지방세가 할당되고 고용이 생기면 추가지원이 이뤄진다는 것,
공장이 잘되고 많이 들어오면 그만큼 촌의 예산이 늘어난다는 말이었다.
촌장은 "이런 걸 잘해야 좋은 평가를 받아 다음에 또 촌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촌장이 할 수 있는 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공장을 성공시키고 고용을 늘리는 일이었다.
한낱 시골 촌장의 마인드가 이랬다.
오늘날 중국이 무서운 나라가 된 비결이다.
첫 공장은 신축이 아니라 기존의 공장을 인수해 리모델링한 것이었다. 공장 건축에 쓰인 슬래브가 너무 얇아
전문가를 불러 강도 진단을 했는데, 놀랍게도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에서 모든 공사 과정을 칼 같이 점검하기 때문에 부실 우려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 촌구석의 공장이 룰을 제대로 지키며 지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이 나라는 정말 무서운 나라가 되겠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
룰을 지키고 훌륭한 리더(촌장)가 있었기에 둥관은 외자 기업의 천국이 됐다.
지금 광동성은 한국 전체를 능가하는 경제력을 지닌 부유한 성이다.
♣ 손욱 지음 "삼성, 집요한 혁신의 역사" 에서 ♣ 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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