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언이란 어려운 일이다 ♣
옛날 은(殷)나라에 주왕(紂王)이라는 유명한 폭군이 있었다.
절대적인 권력을 휘둘렀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며 전혀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중신(重臣)들로서는
출처 진퇴(出處進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주왕의 숙부로 비간(比干)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비간은 조카인 주왕에게,
“주군에게 잘못이 있을 때 죽음을 각오하고 간언하는 것은 신하의 책무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어찌 군신(群臣)의 모범이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하고 직간으로 주왕에게 잘못을 책한 뒤 곧 처형당했다.
비간은 그렇게 하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 스스로 자폭한 셈이다.
주왕의 또 한 사람의 숙부인 기자(箕子)는 넌지시 간언을 했는데도 주왕이 듣지 않자
스스로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여 노예의 신분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주왕의 이종형인 미자(微子)라는 사람은,
“신하로서 아무리 간해도 그것을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면
군주를 버려도 비난받지 않는다.”
라고 말하며 주왕을 단념하고 국외로 망명했다.
손댈 수 없는 폭군을 둘러싸고 이들 세 사람은 제각기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후세에 공자(孔子)는 이들 세 사람을 가리켜,
“은나라에 어진 세 사람이 있었다.” 라고 말하며 칭찬하고 있다.
공자는 순직하는 것도 좋고,
머무는 것도 좋고,
떠나가는 것도 좋은 일이라며 세 사람을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왕 밑에서 봉사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간언이나 진언을 할 때도 주도면밀하고 신중한 대응책을 써야 한다.
한비자(韓非子)는 군주에 대한 설득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진언이란 어려운 일이다.
어떤 점이 어려운가.
그것은 진언하는 자가 충분한 지식을 몸에 익혀 두기가 어렵다는 것이 아니며,
자기 의견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아니다.
진언의 어려움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은 뒤에
이쪽 의견을 거기에 맞추어야 한다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얼굴빛도 살피지 않고 거리낌없이 척척 진언하는 것은
미련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한비자는 말하고 있다.
그야말고 정곡을 찌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