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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 콘트라베이스

Joyfule 2023. 3. 27. 13:14

    
    
    
         ◆ 천덕꾸러기 콘트라베이스 ◆    
    
    
    이 세상에서 누구를 만난다고 하는 건 너무나 가슴 설레이는 일입니다.
    만나서 눈과 눈을 마주할 수 있는 건 더욱 설레이는 일입니다.
    누군가 노트에 이런 시를 써 놓았더군요.
    
    '주님 안에서 당신을 만나던 날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답니다.  
    감사해요,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을....'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가 있지요.
    아주 덩치가 커서 교향악단의 맨 뒤에 있으면서도 
    금방 눈에 띄는 우람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 악기입니다.
    어깨에 걸치고 서서 활줄로 밀면 붕 우웅하고 목이 쉴 듯한 소리를 내는  
    콘트라베이스에 대해 사람들은 그다지 환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나 피아노나 플루트처럼 번쩍번쩍 빛을 내기도 하면서, 
    때로는 비단결처럼 고운 소리를 내기도 하면서 또 
    때로는 적당히 타협하기도 하면서 교향악을 이끌어가는 우렁찬 박수를 받는 법이라는 걸 우리는 알지요.
    
    관중들의 환호 속에 높이 들어 올려지는 예쁜 바이올린.
    적당히 중간음을 내는 첼로.
    현란해서 정신이 다 없게 만드는 피아노나 쳄발로.
    그러나 콘트라베이스는 몸매도 볼품없고 목소리도 쉬어서 영락없는 천덕꾸러기처럼 보여집니다.
    
    아니 콘트라베이스는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처럼 어깨에 걸치고 유연한 동작으로 연주하는 게 아니라 
    뒤로 넘어질 것처럼 위태로운 자세로 붕 붕 부웅 파리나 날리는 듯한 천덕꾸러기.
    그러나 오케스트라에 있어 몸매나 목소리가 형편없는 
    그 녀석이 빠져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걸 우리는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자기 혼자서는 예쁜 목소리를 낼 수 없지만 다른 악기들의 소리가 
    잘 어울리도록 든든하게 받쳐 주는 콘트라베이스.
    
    그렇습니다.
    혼자 있을 때는 화려하지 않지만 여럿이 있어야 할 때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혼자서는 많은 박수를 받지 못하지만 여럿이어야 할 때 
    그 공동의 삶을 빛내 주는 콘트라베이스에 대해 나는 많은 애정을 느낍니다.
    그것은 흔하지 않은 결단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 여러 형태의 만남이 있지만 누군가를 받쳐 주기 위해 
    자기를 버리는 다함없는 사랑, 정말이지 그것은 흔하지 않은 사람의 결단이지요.
    
    콘트라베이스.
    혼자서는 아주 볼품없는 악기, 못난이, 천덕꾸러기, 뚱뚱보, 목 쉰 영감, 고집쟁이....
    그러나 내가 지휘자라면 제일 먼저 날아오는 장미꽃 한 송이를 
    그렇게 못생긴 고집쟁이에게 감사의 선물로 전해 줄 겁니다.
    혹 장미가 없더라도 애정이 가득찬 미소의 눈길만은 꼭 보내고 싶습니다.
    <이 글은 낮은울타리9801에서 인용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