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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Joyfule 2009. 7. 6. 01:10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나무와 나무 사이엔 
        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 
        그대와 나 사이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 보고 서서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 
        쓸쓸히 회랑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 
        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 
        그대를 향해 나는 
        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밖에 없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서로를 쑤실 가시도 없이 
        너무 멀어 그 사이로 
        차가운 바람 길을 만드는 일도 없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푸른 하늘처럼 
        그대와 나 사이 
        저 초여름 숲처럼 
        푸른 강 하나 흐르게 하고 
        기대려 하지 말고, 추워하지 말고, 
        서로를 그윽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