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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도바의 지혜로운 랍비

Joyfule 2013. 4. 1. 18:10

 

 코르도바의 지혜로운 랍비

 

 

이번 이야기의 배경은 코르도바라는 곳이다. 코르도바의 시장은 나이가 들며 나쁜 사람들의 꾐에 빠져 자신들의 나라에 살고 있었던 유대인들을 내쫓기로 결심한다. 왕은 랍비를 불러 세 문제를 내는데 랍비는 모든 문제를 현명히 풀어내었고, 왕에게서 유대인들의 코르도바에서 영원히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약속을 받아내었다.

    첫 번째 문제는 ‘밤하늘에 있는 별이 몇 개이냐’는 문제였다. 랍비는 ‘오백 사십 만 삼백 두 개’ 라고 대답을 하였다. 왕이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물으니 랍비는 ‘못 믿으시겠다면 왕께서 직접 세어 보십시오. 제가 별의 수를 직접 세어서 나온 숫자입니다.’ 라고 말하였다. 우리 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개념의 문제가 한 전래동화에 나왔다. 도깨비가 방을 조건으로 농부에게 문제를 내었는데 그 문제가 동해물을 바가지로 퍼내면 몇 바가지가 되느냐라는 문제였다. 농부는 동해물이 다 들어가는 바가지로는 한 바가지, 반이 들어가는 바가지로는 두 바가지라고 말하였다.

    두 번째 문제는 ‘참말과 거짓말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되냐’는 것이었다. 랍비는 ‘한 뼘 차이’라고 말하였다. ‘참말은 그것이 사실인지를 알려면 눈으로 보면 되지만 거짓말은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말이니, 눈과 귀 사이 거리는 한 뼘이므로 참말과 거짓말 사이의 거리는 한 뼘’ 이라고 말하였다. 이번에는 그저 현명하다는 생각만이 들었을 뿐, 특별하게 기억나는 동화는 없었다.

    세 번째 문제이다. 왕은 ‘항아리 안에 각각 떠난다와 머무른다가 적힌 종이쪽지를 접어 넣어두었다’고 했다. 그리고 랍비 보고 ‘그 중 하나를 골라 거기에 적힌 대로 행동하라’고 하였다. 쪽지에 둘 다 떠난다가 적혀있을 것을 안 랍비는 하나를 꺼내자 보지도 않고 삼켜 버렸다. 그러고는 남은 것을 확인해 보라고 하였다. 뒤늦게 나온 쪽지에는 분명히 떠난다가 적혀있으므로 다른 쪽지는 머무른다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도 비슷한 전래동화가 있는데 빚을 못 갚는 농부의 딸을 두고 돈을 빌려주었던 심술궂은 부자와의 이야기이다. 이 부자는 농부에게 네가 이 주머니에서 금덩이를 꺼내면 금덩이를 주고, 그 동안의 빚을 다 없애 준다고 하였고, 은덩이를 꺼내면 당장 빚을 갚거나 농부의 딸을 자신에게 달라고 하였다. 한참 공부하던 농부는 딸에게 그 임무를 맡겼다. 딸은 그 날, 하나를 꺼내자마자 물속에 던져버렸다. 주머니에 남은 것은 당연히 은덩이이다.(랍비 이야기와 같은 이치)

    이것을 보면서 나라마다 문화가 조금씩 다르면서도 이처럼 비슷한 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떤 사물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믿은 옛날 사람들처럼, 이와 같이 문화적 생각이 비슷한 경우도 있다. 공통점과 차이점은 어떤 주제에 한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그런 점을 찾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비슷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약간의 부분에 차이가 있는 것. 비교 대상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 책을 읽으면서 이런 부분을 많이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