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성을 위한 ━━/Speech

험담과 뒷담화에 관하여

Joyfule 2012. 4. 4. 09:32
    ♣ 험담과 뒷담화에 관하여 ♣ 세상에는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남에 관한 험담은 사실 기묘한 쾌감을 주는 점이 있는 것 같다. 왜 그럴까. 험담이 가해지는 그 상대가 디스카운트되는 그만큼 자아에 대한 상승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타인의 나쁨을 규탄하면 할수록 자신은 나쁨에서 구원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점에서 보자면 흉보기는 나르시시즘의 일종이다. 어떤 대상에게서 나오는 열기로 자신의 체온을 데우는 행위에 가깝다. 그 대상이 존재해야 자아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그게 없으면 허전하고 불안하다. 타인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사람은 기실 속으로 무척 외로운 자일 수 밖에 없다. 스스로의 자부심으로 ‘온기’의 자가발전이 되지 않으므로, 타인의 반사열을 이용하는 기생(寄生)의 삶이다. 상대가 앞에 있을 때 험담을 꺼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이야기는 대개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야 튀어나온다. 왜 그럴까. 험담꾼들은 천성적으로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 아닐까. 상대의 시선은 직접적인 험담을 쏘는 일을 머뭇거리게 한다. 욕설과 비난을 부추기는 가학심리는 그 발언의 환경이 안전하다는 걸 판단한 뒤에 작동을 시작한다. 대상의 부재(不在)는 대상에 관해 부정적인 상상력이나 표현을 키우기에 딱 좋다. 우선 그 대상이 그런 공격에 제동을 걸지 않을 테고, 이의를 제기하거나 즉시 화를 내지도 않는다. 사실 이런 험담이 그 상대의 귀에 흘러 들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만 만발하다가 완전히 소멸된다면, 권장되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억눌린 생각과 고여있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등 뒤의 말들이, 자주 걸어 나와 돌아다닌다는 점이다. 험담은 대개 팩트와 견해가 뒤섞인 말이다. 험담에 팩트가 들어있다고 해서, 그것을 바로 진실이라고 말하는 건 성급하다. 팩트를 가공하는 1%의 견해 만으로도, 팩트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견해를 피력하는 방법에 악의가 작동하면, 팩트는 맥락을 벗어나 미친 듯 날뛸 수 있다. 팩트와 팩트 사이에 의견을 섞어 두 개의 팩트를 전혀 다른 성격으로 만드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혹은 팩트를 살짝 뻥튀기기 하면 같은 팩트라도 뉘앙스가 확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어떤 팩트는 축소하거나 숨김으로써 맥락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험담은 팩트에 근거하는 듯한 시늉을 하지만, 실은 견해일 경우가 많다. 험담 전부가 팩트일 경우 또한 있다. 그럴 때조차도, 그 팩트에 가해지는 ‘공격적인 시선’들이 함께 실려서 전달됨으로써, 그 대상자는 팩트 이상의 ‘나쁜 평가’를 받게 되어 있다. 험담은 소통행위라기 보다는 가해행위에 가깝다. 언어를 사용한 악의(惡意)의 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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