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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명과 암

Joyfule 2012. 6. 27. 09:17

 

 

 현대차의 명과 암 
[한경, 정규재 칼럼] "우리는 새벽 6시에 집합한다"
입력: 2012-06-25 17:03 / 수정: 2012-06-25 17:03

현대차 품질 끌어올린 비밀 회동…

미국 공장이 생산성 2배 더 높아 노조 천국 국내 공장은 이미 졌다
정규재 논설실장 jkj@hankyung.com

“우리요? 우리는 새벽 6시에 집합하는 그런 관곕니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폭소를 터뜨렸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흥미진진한 표정들. “새벽에 모여서 뭣하세요?” “쪼인트 까집니다.” “쪼인트라니요?” “대책이 나올 때까지는 못 돌아갑니다. 죽습니다.” “아니 누가 그렇게 까고 죽입니까?” “여기 계신 분이지 누굽니까.”

참석자들로부터 일제히 ‘여기 계신 분’으로 지목된 이는 현대자동차 북미공장의 임영득 법인장이다. 그는 중국 체코 미국 등 전 세계 13개 현대차 현지 공장을 짓는 데 모두 참여한 베테랑이다. 날카로운 눈매다. 자리를 같이한 사람들은 대한솔루션 앨라배마의 천영기 법인장, 대원아메리카의 방희영 사장, 한일이화 우경호 북미법인장, 모비스 앨라배마의 김철수 법인장 등이다. 소위 갑과 을의 관계다. 이들은 지금 현대차가 어떻게 품질을 관리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던 참이었다. 임영득 법인장은 이 새벽 집합에 엉뚱하게도 ‘early bird’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얼리버드는 현대차와 협력업체들에 비상이 걸리는 날이다. 전날 작업 중에 단 한 개라도 불량이 나면 법인장들이 얼굴을 맞대고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격돌한다.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식의 약속은 금물이다. 구체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검수인원을 몇 명 더 투입하겠다든가 원재료를 무엇으로 바꾸겠다거나 현장 업무방법서와 근로자 교육훈련을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한국서 동반진출한 협력사 27개와 현지업체 64개사들이 돌아가면서 새벽 집합에 불려나온다. 현대차의 기적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현대차 북미공장의 올해 불량률은 7ppm이다. 100만개중 7개의 불량 수준이다. 불가능한 수치였다. 미국 진출 초창기에 22ppm에서 이렇게 떨어졌다. 자동차에서는 기적의 숫자다.

그 결과가 품질 1위, 충돌테스트 별 다섯 개를 휩쓰는 쏘나타와 옵티마(K5)의 현주소다. 새벽에 불려 나와 반쯤 죽는다는 협력업체 법인장들은 사업이 어떤지를 묻는 질문을 받자 얼굴에 함박꽃들이 핀다. 2005년 진출 첫해에 9만대를 팔던 쏘나타가 작년 22만5000대를 팔았다. 당연히 부품회사들도 풀 가동이다. 현대기아 전체 협력사의 총 수출액은 북미지역을 포함해 작년 21조8300억원이었다. 10년 전인 2002년 3조6000억원의 4.5배다. 그러나 현대기아에 대한 수출은 10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이 다른 회사들로 나간다. 그만큼 세계적 인기다. 현대의 작은 협력사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부품 회사로 올라섰다.

현대차는 원가를 후려치고 새벽마다 불러댔다. 중국공장만 해도 그랬다. 중국에 나가자는 현대 측의 동반진출 요구를 거부하면 당장 죽을 지경이고 베이징에 따라 나가면 나중에 더 크게 죽고말 그런 일이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경영의 진정한 위험이다. 지금 233개 협력업체가 그렇게 해외에 나가있다. 굶으면서 수출하던 시기도 이제는 옛말이다. 옵티마는 대당 3만5000달러를 받고 있다. 캠리를 제친 동급 최고 가격이다. 고객들의 재구매율(retention rate)은 현대가 64%로 1위, 포드가 60%로 2위, 기아가 59%로 4위, 도요타가 58%로 6위다.

그러나 암울한 이야기도 많다. 미국에서 차 한 대 만드는 데 투입되는 시간은 16.3시간이다. 한국은 23시간. 편성효율은 미국이 97%, 한국에서는 60%를 밑돈다. 임금은 반대다. 기아의 조지아 공장은 올해 초 3교대로 전환했다. 1인당 근로시간도 줄었고 당연히 1인당 임금도 24% 줄었다. 그러나 공장은 24시간 풀가동이고 캐파는 30만대에서 36만대로 늘었다. 현대 북미공장도 곧 3교대로 전환한다.

그렇게 창출된 일자리는 877개였다. 이 자리에 2만여명이 나를 써달라고 몰려왔다. 한국서는 이게 안 된다. 안 되는 이유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위대한’ 노조의 깃발 아래 절대로 임금을 깎을 수 없다. 임금은 한국이 높고 생산성은 미국보다 떨어진다. 조지아와 앨라배마로부터는 수많은 현대기아차 직원들이 한국에 연수를 온다. 그러나 국내 공장에는 절대 내려보내지 않는다. 왜…? 보고 따라할까봐. 노조가 경영의 최대 위협이다. 정부는 또 그것을 부추긴다.

정규재 논설실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