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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 레소스 왕의 백마를 훔쳐 오다

Joyfule 2006. 3. 8. 01:12

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 레소스 왕의 백마를 훔쳐 오다 그 날 밤 그리스 연합군의 지휘관들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가멤논은 숫제 뜬 눈이었다. 마음이 뒤숭숭해서 막사에서 통 잠을 이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침대에 깔려 있던 사자 가죽 이불을 걷어 어깨에 두르고는 현명한 장군 네스토르를 찾아나섰다. 그때 멜넬라오스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우연히 검은 선단 뒤에서 만나게 되었다. 트로이아 병사들이 평원 위에 피우고 있는 무수한 모닥불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마침내 메넬라오스가 입을 열었다. "우리처럼 잠 못 이루는 젊은 병사 하나를 은밀히 트로이아 진영으로 보내. 저자들이 모닥불을 둘러싸고 무슨 말을 하는지 엿듣게 하면 좋을 듯 합니다. 그러면 내일 우리가 대비할 방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겠습니까? 마침 대왕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정말 좋은 생각이다. 어디 한번 해보기로 하지.하지만 먼저 원로 회의에 안걸을 붙여 보아야 한다." 두 사람은 네스토르를 부르고 원로들을 소집했다. 모두들 갑옷 입을 여유가 없어서 이불 삼아 쓰고 왔던 짐승의 털가죽을 두르고 모여들었다. 대왕 일행은 우선 선단 방어선을 지키는 젊은 병사들이 졸지 않고 제대로 지키고 dLT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도량을 건너 트로이아 군의 모닥불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가서 그 계획에 대해 의논했다. 네스토르가 말했다. "어둠을 이용해 젊은 병사 하나를 트로이아 진영으로 들여보내 우리가 심문할 만한 적 병사 하나를 잡아 오게 하든지. 모닥불 주위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엿듣고 오게 하든지 합시다. 그러면 아침에 저들이 우리를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성으로 들어갈 것인지를 알아낼 수 있고. 따라서 대비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 아니겠...." 노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디오메데스가 벌떡일어섰다. "제가 가겠습니다. 하지만 하나가 아니라 둘이 가야합니다. 함께 갈 사람을 제가 뽑을 수 있다면......." "그럼 뽑으시오." 대왕과 장군들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오뒤세우스를 선택했다. 오뒤세우스가 천천히 일어서면서 말했다. "한밤중을 넘겼으니 가려면 빨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두 사람은 젊은 병사들로부터 무기와 가죽투구를 빌었다. 청동투구는 불빛을 받으면 번쩍거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사냥감을 찾으러 나서는 두 마리 사자처럼 어둠 속으로, 그리고 평원에 흩어진 시체사이로 묻어 들어갔다. 한편.같은 시각에 트로이아 진영에서도 헥토르가 지휘관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은밀하게 그리스 진영으로 파견할 염탐꾼을 뽑고 있었다. 헥토르는 염탐꾼을 보내어 그리스 군의 보초 근무상태를 알아보고. 병사들의 사기가 죽어있는 것이 확인되면 새벽에 기습을 감행할 생각이었다. 그는 누구든 그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면 적진에 있는 말 중에서 가장 좋은 말 두 마리를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트로이아 진영에는 돌론이라고 하는 생김새도 보잘 것 없고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은 젊은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의 발은 어느 누구보다 빨랐다. 그가 이 세상에서 탐내는 것은 오로지 혈통 좋은 말뿐이었다. 그는 일어서서 말했다. "헥토르 장군, 저에게 아킬레우스의 전차를 끄는 말 두 필을 주겠습니까? 그러면 지금당장 그리스군의 진영, 아가멤논의 막사로 숨어들어 장군께서 원하시는 것은 모조리 알아 가지고 오겠습니다." 돌론은 활을 들고 늑대가죽을 어깨에 걸치고는 바닷가에 있는 그리스 진영을 향해 발소리를 죽이고 내달았다. 그러나 디오메데스와 오뒤세우스는 트로이아 진영으로 가는 도중에 저쪽에서 오는 돌론을 발견했다. 그들은 시체사이에 숨어 돌론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는 사냥개가 토끼를 좇듯이 뒤쫓아갔다. 돌론은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두 명의 장군의 뒤에 바싹 달라붙은 채 따라오고 있어서 그들을 따돌릴 수도 자기 진영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두 사람은 방어벽 바로 앞에서 돌론을 덮치고는 곧 일으켜 세워다. 멱살을 잡힌 돌론은 이를 딱딱 부딪치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부자인 자기 아버지가 엄청난 액수의 몸값을 지불할 것인즉 제발 자기의 죽이지 말라고 애원하였다. "몸값 이야기를 하기 전에, 너의 진영에서는 멀고 우리 진영쪽으로는 너무 가까운 이 곳에 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그것부터 말하라." 오뒤세우스가 물었다. "헥토르 장군께서 그리스 진영을 염탐해 오면 나중에 아킬레우스의 전차를 끄는 말 두 필을 주겠다고 약속해서 오게 돼었습니다. 돌론이 대답했다. 오뒤세우스가 그 말을 듣고 어둠 속에서 코웃음을 쳤다. "꿈 한번 큰 녀석이군. 아킬레우스의 말은 인간 세상의 말이 아니다. 더구나 아킬레우스나 아킬레우스의 명을 받은 사람이 아니고 몰 수가 없는 말이다. 어쨌든 잘 만났다. 내가 묻는 대로 대답해라. 트로이아 군이 평원에서 야영하고 있는 것은 새벽에 우리를 기습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지금은 꽤 잘 싸우고 있지만 여차하면 성 안으로 도망치기 위함인가? 트리오아 군의 초소는 어디어디에 있는가? 오늘 밤 헥토르 는 어디에서 자며 그의 전차를 끄는 말은 어디에 있느냐? 문득 오뒤세우스의 머리속에 트로이아 진영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말을 훔치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도둑이었던 할아버지의 피가 오뒤세우스의 핏줄에도 흐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들론은 다 말해야 살려줄 것 같아서 오뒤세우스가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했다. "헥토르 장군은 주무시는 것이 아니고 지금 원로들과 회의중 이십니다. 트로이아 병사들은 성안에 있는 가족들을 염려해 졸지 않고 잘 지키고 있습니다만. 연합군 중에서도 다른 나라에서 온 병사들은 가족이 안전한 곳에 있기 때문인지 파수 보는데 별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새벽에 기습 공격 여부는 제가 돌아가 그 동안 염탐한 것을 보고하는데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장군께서 말을 빼앗고 싶은 모양이신데 트로이아 진영에서 가장 값지고 혈통 좋은 말은 오늘 막 도착해서 연합군에 합류한 트라키아 왕 레서스의 막사에 있습니다. 이 막사는 우리 진영의 동쪽 끝에 있습니다. 백조처럼 하얗고 덩치가 크고 바람같이 빠른 이 두 마리의 말은, 신들에게나 어울리는 금은으로 장식한 레소스 왕의 전차를 끕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돌론은 다시 눈물을 흘리면서 살려달라고 빌었다. 그러나 디오메데스는 매정하게 말했다. "우리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 그리스 진영을 염탐하려고?" 디오메데스가 칼을 뽑아 드는 순간 들론의 머리가 어깨 위에서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죽어 마땅하지. 다음 목표는 트라키아 왕의 말이오." 오뒤세우스가 말했다. 두 사람은 재빨리 염탐꾼의 시체를 갈대와 나뭇가지로 덮고, 그의 활과 담비 가죽 모자는 근처 나뭇가지에다 걸어 두었다. 돌아올 때 길을 찾는 표적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다시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레소스 왕의 막사에 이르렀다. 병사들은 파수도 세우지 않은 채 골아 떨어져 있었다. 레소스 왕은 한가운데 놓인 전차 옆에서 자고있고 주위에는 열두 경호병이 잠들어 있었다. 디오메데스는 순식간에 소리도 없이 레소스 왕과 열두 경호병을 죽였다. 오뒤세우스는 시체를 옆으로 치우고 말을 몰아낼 길을 열었다. 아직 싸움터에 나가지 못한 말이라 혹시 시체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를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을 가죽끈을 자르고 상아색 전차로부터 말을 풀어 내었다. 전차도 훌륭하긴 했지만 그것까지 가지고 갈 수는 없었다. 날이 희붐해지면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낌새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얀 말잔등에 훌쩍 뛰어오른 두 장군은 말을 몰아 트라키아의 죽은 병사들과 잠든 병사들, 반쯤 잠에서 깨어난 병사들 사이를 지나 그리스 진영으로 달렸다. 그들은 달려가는 길에 나뭇가지에 걸어 둔 돌론의 담비 가죽 모자와 무기까지도 두루 챙겼다. 두 장군은 수많은 왕들과 지휘관들부터 환영을 받았다. 두 사람의 그 동안의 경위를 보고하자 모두들 함성을 질렀다. 레소스 왕이 죽었으니 트라키아 군이 귀국을 서둘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따라서 두 사람은 전투에 지치지 않은 수천 트라키아 운의 합류를 사전에 막은 셈이었다. 디오메데스는 자기가 타고 온 말에게 꿀에 버무린 밀을 먹였다. 오뒤세우스는 돌론의 피묻은 모자와 무기를 자기 배의 고물에다 내려놓다 아테나 여신에게 제물 올릴 준비를 했다. 제사가 끝나자 두 장군은 바다로 뛰어들어 밤새 설쳐대느라고 팔과 목과 다리에 묻은 피와 땀을 말끔하게 씻었다. 바닷물에 씻은 다음에는 노예들이 데워 놓은 물에 다시 한번 몸을 깨끗이 닦아 내고는 음식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이제 서서히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