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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 아가멤논 대왕이 보낸 사절단

Joyfule 2006. 3. 7. 01:12

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 아가멤논 대왕이 보낸 사절단 파리스는 형과 합류했다. 두 사람은 험한 말을 나눈 사람들 같지 않게 나란히 성문을 나와 싸움터로 뛰어들었다. 두 사람이 돌아오자 트로이아 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다. 싸움터는 다시 트로이아 성벽에서 앞으로 앞으로 옮겨갔다. 그리스 군은 뒤로 밀려 조만간 검은 선단을 세워 둔 해변가까지 이를 지경이었다. 올림포스 산정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던 아테나 여신의 눈에도 그 날의 참상은 눈뜨고 못 볼 정도였다. 그래서 여신은 트로이아 성채에 있는 자기 신전 앞에 바쳐진 보석 옷을 거들떠보지는 않았지만, 그 날의 전투는 그것으로 끝내게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아테나 여신은 헥토르로 하여금, 해가 지기 전에 한 차례의 일대일 결전을 끝으로 그 날 전투를 마무리 지을 생각을 하게 했다. 그가 생각하는 일대일 결전이란 파리스가 시작했던 메넬라오스와의 일대일 결전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이 벌였던 어중간하게 끝나는 그런 결전은 아니었다. 헥토르는 그리스 군을 추격하는 트로이아 군대를 불러들이고 아가멤논에게 사절을 보내어 자기 뜻을 전하게 했다. 양쪽의 군사들이 빈 평원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을 때, 그는 앞으로 나서서 그리스 진영을 향해 자기와 싸울 사람을 내보내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메넬라오스가 그 날 두 번째 도전도 자신이 받아들이겠노라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대왕 아가멤논은 허락하지 않았다. 메넬라오스가 용장 헥토르와 비교해 아무래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스 진영에서는 다시 한 번 나무 조각을 투구에 넣고 흔들어 제비를 뽑았다. 뽑힌 사람은 그리스 중에서 키가 가장 크고 힘도 제일 센 살라미스 사람 아이아스였다. 그 날 들어 두 번째로 평원에는 네모진 싸움터가 만들어졌다. 아이아스는 그 싸움터 안으로 전쟁신 만큼이나 씩씩한 모습으로 헥토르를 맞으러 들어섰다. 그는 청동에다 소가죽을 일곱 겹이나 입힌 큼직한 방패를 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싸우기 전에 으레 그렇게 하듯이 한 차례씩 상대를 조롱하고는 창 던질 자세를 잡았다. 헥토르가 먼저 창을 던졌다. 그의 창은 청동과 여섯 겹의 소가죽을 뚫고는 일곱 번째 소가죽에 박혔다. 이번에는 아이아스가 창을 던졌다. 아이아스의 창은 헥토르의 방패를 뚫고 가슴 가리개에 꽂혔다. 창이 꽂히는 순간, 헥토르가 목을 뒤튼 바람에 그 창끝도 헥토르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두 사람은 투창을 들고 어울려 서로 상대를 몰아 부쳤다. 아이아스의 창날이 헥토르의 목줄을 베었다. 헥토르의 목에서는 금방 검붉은 피가 콸콸 쏟아졌다. 헥토르도 투창으로 찌르고 들어갔다. 그러나 아이아스가 몸을 비켜 창끝은 아이아스가 들고 있던 방패의 장식에 스쳤을 뿐이었다. 헥토르는 투창을 버리고 가까이 있던 바위를 하나 집어들어 아이아스의 방패를 향해 던졌다. 아이아스는 뒤로 물러서면서 그보다 더 큰 바위를 찾아들고는 있는 힘을 다해 헥토르를 향해 던졌다. 헥토르는 바위를 막다가 방패가 부숴져 버려 그만 무릎에 힘이 빠지고 땅바닥으로 벌렁 쓰러져 버렸다. 헥토르는 세상이 가물가물하고 빙빙 도는 것처럼 보였지만, 곧 힘을 차리고 일어나 칼자루로 손을 가져갔다. 아이아스도 칼을 뽑아들었다. 둘은 한 덩어리처럼 붙어 서서 칼질을 주고 받았다. 그러자 양쪽 진영에서 전령이 달려나와 두 장군에게 싸움을 중단하라는 뜻을 전했다. 두 사람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용맹을 떨친 듯한 데다가 벌써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칼을 집고 선 헥토르의 눈이 석양으로 붉게 물들었다. 헥토르는 트로이아 연합군 사령관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아이아스에게 말했다. "오늘 싸움은 이 정도로 끝내자. 신들이 누구에게 승리를 안기는지, 나중에 다시 싸워서 확인해 보기로 하자. 날이 저물고 있으니 싸움은 여기에서 일단 멈추고 밤을 맞는 것이 좋겠다." "당신의 말이 옳다." 아이아스가 대답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헥토르가 말을 이었다. "그대와는 싸움터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해어지되 서로 선물을 주고 받고 헤어지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러면 뒷날 사람들은 그 두 사람은 적으로서 싸우다가 헤어질 때는 친구가 되었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헥토르는 부하에게 손잡이가 은으로 세공된 칼 한 자루를 가져오게 해서 아 이아스에게 주었다. 아이아스는 답례로 넓직한 보라색 허리띠를 주었다. 두 사람은 헤어져 각자 자기네 진영으로 돌아갔다. 옛 무덤과 잡목수풀 위로 밤이 내렸다. 다음 날 양측은 잠시 휴전하기로 했다.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아 연합군은 전사자들이 시체를 모아 평온에서 화장하기로 했던 것이었다. 그 날 밤과 그 다음 날 내내 그리스 군은 자기네 진영 주위에다 말뚝을 밖고 뗏장을 켜켜이 쌓아 방어벽을 세웠다. 방어벽 앞에는 어떤 전차도 뛰어넘을 수 없을 만큼 넓고 깊은 도랑을 파 놓았다. 그리고 양쪽에는 높게 솟은 자리를 만들어 그 곳에서 창을 던지고 활을 쏠 수 있게 했다. 해가 떠오르자 전투는 다시 시작되었다. 이리 치고 저리 몰리기를 수없이 거듭한 길고 처절한 하루였다. 헥토르는 전차병이 둘이나 바로 자기 옆에서 차례로 전사하는 바람에 그 때마다 새 전차병을 뽑아야 했다. 그는 새 전차병에게 거친 말의 고삐를 쥐어 주고 자신은 닥치는 대로 적을 무찔러 나갔다. 디오메데스가 그리스 연합군을 몰아 트로이아 성벽 밑까지 트로이아 군을 밀어부치게 되었다. 그런데 신들의 왕 제우스가 이것을 보고는 하늘의 소나기 구름이라는 소나기 구름은 다 한곳에 모았다. 땅을 울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벼락이 디오메데스의 말 바로 앞으로 떨어졌다. 섬광이라 유황 냄새에 놀란 디오메데스의 말들은 뒤로 돌아서서 아군 속으로 뛰어들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 해 저물 녘이 되자. 그리스 군은 도랑과 방어벽 뒤로 물러갔다. 그들의 뒤를 막아 주는 것은 검은 선단뿐이었다. 절망감 때문에 그리스 군의 사기는 형편없이 떨어져 있었다. 그 날 밤, 트로이아 연합군은 성 안으로 철수하지 않았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성 밖에 말을 묶어 두고 성 안으로 사람들을 들여보내 포도주와 먹을 것을 내어오게 했다. 트로이아 병사들은 평원에다 모닥불을 피웠다. 이렇게 피워진 모닥불의 수는 하늘의 별보다도 많은 것 같았다. 오십 명씩 한 부대를 이룬 트로이아 군은 말에게는 흰 보리를 먹이고 저희들은 먹고 마시고 음악을 즐기기까지 하면서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들은 다음 날에는 자신들이 승리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한편, 그리스 진영에서는 낙담한 아가메논이 지휘관들을 소집했다.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벼락의 신 제우스가 그리스 군에게서 등을 돌린 이상, 헬레네니 트로이아 정복이니 하는 생각은 다 부질없는 것이니 이젠 그만 두자고 말했다. 진영을 불사르고 밤을 틈타서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말에 디오메데스는 온 진영에 다 들릴 만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항변했다. "여기에서 더 싸울 용기가 없는 모양이니 대왕이나 고향으로 돌아가시게 합시다. 나머지 사람은 싸워서 기어이 트로이아를 장악합시다." 대왕이 포위를 풀자는 말을 한 것은 사실 그 날이 처음이었다. 연합군의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디오메데스의 이 말 한 마디는 전사들의 사기를 다시 북돋우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들에게는 그런 식으로 퇴각함으로써 전사한 전우들을 욕보일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지휘관들은 디오메데스와 뜻을 함께 하고 원하던 것을 얻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소리쳤다. 원로들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노인인 네스토르 장군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어떤 대가를 치루든 아킬레우스를 다시 싸움터로 돌아오게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오." 네스토르는 아가멤논 대왕이 아킬레우스에게 사절을 보내 처녀 브리세이스를 돌려 준다고 약속하고, 황금 덩어리와 말 여러 필을 선사함으로써 전날 그를 모욕했던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아킬레우스가 돌아와 우리와 함께 싸운다는 소문이 적에 귀에 들어가면, 그들은 아킬레우스가 전차에 타기도 전에 사기를 잃고 말 것이오. 그러면 우리는 적을 몰고 가 예전처럼 성벽 안에 묶어 둘 수 있을 것이오. 아니, 그보다는 농부가 수수를 베듯 아주 요절을 내어 다시는 성문 밖으로는 나서지 못하게 하면 더욱 좋겠지요." 아가멤논이 검은 수염을 뽑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그 역시 네스토르의 지혜로운 말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후 아킬레우스와는 가까운 친구 사이인 오뒤세우스와 아이사스, 그리고 아킬레우스가 테살리아 산의 케이론에게 맡겨지기 전까지 그를 가르친 적이 있는 스승 포에니쿠스는 그리스 진영의 맨 끝 해변으로 끌어올려져 있던 아킬레우스의 검은 선단으로 찾아갔다. 앵그르Ingres,[아킬레스 천막에서 아가메논왕의 대사] The Ambassadors of Agamemnon in the Tent of Achilles 아킬레우스는 지붕을 뗏장으로 덮은 막사 문간에 앉아 가로대가 은으로 만들어진 하프를 켜고 있었다. 파트로클로스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투구를 닦으면서 다소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그 하프 소리를 듣고 있었다. 다가오는 전우들의 모습을 본 아킬레우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파트로클로스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내어오게 했다. 잠시 후, 오래간만에 만난 전우들은 아뮤 일도 없었던 것처럼 먹고 마셨다. 술자리가 끝나자 나머지 사람들을 대신해서 오뒤세우스가 말했다. "우리가 온 까닭은 밝히겠다. 아가멤논이 전에 자네를 모욕했던 일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해 달라기에 이렇게 오게 되었다네. 대왕은 처녀 브리세이스를 돌려주고 자네 명예를 되찾는 데 필요한 황금과 여러 필의 말, 노예를 선물로 주겠다고 했네. 그리고 귀국하면 넑은 땅을 주고 공주와 혼인시키겠다는 약속까지 했지. 이제 자네는 화를 풀고 싸움터로 돌아와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네." 옆에 서 있던 파트로클로스의 가슴은 기대로 부풀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의 분노는 가슴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어서 그 자신조차도 삭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오뒤세우스의 말이 끝나자 아킬레우스가 말했다. "대왕의 약속 한번 번드르르하군. 하지만 그가 왜 그런 약속을 했겠는가? 하나뿐인 귀중한 내 목숨을 저 싸움터에 내 맡기라고 그러는 것일 테지. 그런 대왕을 따를 바에는 아침 물길에 배를 몰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편이 낫겠네. 그는 화가 났던지 화덕 앞에 놓인 땔감 하나를 걷어 차고는 말을 이었다. "대왕의 선물 따위는 필요 없어. 아내도 내가 골라서 얻겠네." 그 때 포에니쿠스가 일어섰다. 노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장군이 어릴 당시 나는 장군에게. 분노를 잘 다스리고 용서할 때가 되면 용서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려 했습니다. 지금까지 장군에게 쏟아진 비난이 근거 없는 것이었던만큼. 장군이 화나 있는 건 장군의 명예에 비춰볼 때 당연한 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왕은 지금 그것을 수습하려고, 그래서 장군의 절친한 친구들을 보내어 이렇게 용서를 빌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분을 삭이십시오. 장군이 돌아오기를 학수고대 하는 전우들에게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아이아스도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게다 한 여자 생긴 일인데 대왕은 그 여자를 장군에게 돌려보내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요지부동이었다. "아이아스. 오뒤세우스. 그리고 포에니쿠스. 나의 친구들이여. 아가멤논에게로 돌아가 내가 이렇게 말하더라고 전해 주시오. 나는 헥토르가 트로이아 군을 몰아 여기에 있는 나의 검은 선단을 공격할 때까지는 싸우지 않을 거라고 말이오. 그 때가 돼서야 나는 창을 들어 핵토르에게 창이라는 것이 어떻게 써야 하는 물건인지를 가르쳐 줄 것이오." 이 말 한 마디를 듣고서 세 명은 사절은 대왕 아가멤논의 막사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