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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감당하기 힘든 일 -

Joyfule 2005. 7. 15. 03:05

혼자 감당하기 힘든 일 - 둥근달 
(* 옮긴이 주 : 아래의 글은 카툰을 그리는 후배가 쓴 글)
우리는 흔히들 말한다.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참 멋있는 말이로구나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애를 하나 두고, 애 아빠가 된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이 말 속에는 엄청난 희생을 전제로 한 '전투적 표어'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말하면 여자로서는 힘든 일을 어머니가 되었다는 이유로
모든 일을 '악으로 깡으로' 버텨 나가고 있다는 걸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난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일을 하는 자유직 종사자이다.
소위 말하는 백수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_-;
좌우지간 와이프가 아이 보는 걸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나도 출근을 하면 와이프가 하루종일 애랑 어떻게 지내는지 볼 수도 없을
뿐더러 도와주고 싶어도 못 도와 줄것이다. 그러나 나는 매일 본다. -_-;;;
집에 하루종일 같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일을 도와주게 된다.
첨엔 잔소리 몇마디 얻어 먹고 못이기는척 도와줬지만 
나중엔 스스로 도와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버렸다.
무슨 뜻이냐면...
'애 보는 것은 여자 혼자서 하기 힘든 험한 일이다'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육아는 여자 혼자서는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우리 집은 내가 좀 도와 준다고 해도 힘든 일 같은데...
다른 집 이야기 들어보면 혼자 다 해낸다고 하니 
얼마나 힘들지 짐작하지 않아도 그 고단함을 알거 같다.
가끔 처제가 주말에 집에 들리면 처제에게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킨다.
처제가 이것저것 도와주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이럴때마다 아기 보는 일은 세 사람의 몫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즉.육아노동은 아기 한 명당 3인의 일거리가 아닌가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 아기가 울때마다 들고 서성이는 일..
- 아기 목욕
- 아기 빨래
- 아기 이유식 준비 그리고 먹이기
- 언제 깰지 모르는 아기에게 신경쓰며 선잠자기..
- 화장실을 맘대로 한번 가나...샤워를 한번 시원하게 하나...
아기를 들고 있는 다는 건 여자에게 있어 진짜 무리다.
잠깐이면 몰라도 적어도 30분이상씩 들고 있으려면 이건 고역이다.
팔목이 아프다고 하소연 할때마다 엄살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진짜 병원을 가봐야 할 정도로 심각해져 있다는 걸 알았다.
늙어서 허리 디스크도 이시기에 시작 된다고도 한다.
아기 목욕이 쉽나? 아기 빨래가 쉽나?
세탁기가 하면 되지라고 쉽게 말했었지만 실제로 세탁기로 빤 다음
탈 수 된 상태에서 다시 헹구어 보니...비눗물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그래서 세탁기가 대신 할 수 없다. 
세탁기 선전들은 아기 빨래도 안심하라고 하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임을 알게 되었다.
이유식도 그냥 사서 먹이면 편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아기에게 3분요리, 
패스트푸드 주는 것이랑 뭐가 다른가..그래서 직접 할 수밖에..
별거 아닌듯 보이지만 참 준비할게 많다. 
더군다나 조금씩 만든다는 것은 이상하게 더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먹이는 일 또한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질질 흘리는 것은 둘째치고 이리저리 몸을 꼬고 손으로 잡아 당기고 
뿜어대고 안 먹는다고 울기라도 하면 진땀 나는 상황으로 바로 돌변한다.
엄마들이 다 같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
잠 한번 실컷 자 봤으면..진짜 잠을 많이 못잔다. 
그나마 조금 자는 것도 깊이 잘 수가 없다.
잠을 못자서 푸석푸석 해지는 피부..와이프가 처녀때 그렇게 이쁘더니
애 낳고 나니..아줌마 된다고 뭐라 할 일이 아니었다.
화장실도 잘 못가서 변비가 걸리기 쉽고 
목욕탕은 커녕 샤워도 잘 못해서 몸이 찌뿌둥하다...
미장원에 가는 건 꿈도 못꾼다...그래서 더 아줌마틱...-_-;
이런 상황에서도 시댁에서 산다면 시댁 신경쓰고 남편 신경쓰고 
시댁 식구 눈치보고 대소사 신경쓰랴...
이러다 보면 거의 정신적으로도 황폐해져서...거의 실신지경이 된다.
그나마 남편들이 일찍일찍 들어와서 도와주지는 않더라도
하루종일 힘들지는 않았느냐고 따듯하게 말한마디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야근이다 회식이다 일찍 들어 오지도 않고 일찍 들어 온다 하더라도
컴퓨터 앞에 앉어 게임이나 하고 대화도 몇마디 없고....-_-;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육아 사이트의 사연들을 보면 
적지않게 남편들에 대한 불평이 올라오는 걸 볼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나 역시 그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옆에서 그렇게 힘든 과정을 보거나 겪게 되다 보니 
스스로 여자들이 얼마나 힘든지 깨닫게 되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이 글을 보는 남편 여러분들의 쏟아지는 비난의 소리가 귀에 쟁쟁하다.-_-;
자상한 척 한다거나, 와이프에게 점수 좀 따보겠다는 심사가 아닌가 
의심하거나, 쪼잔한 놈이라고 욕을 해도 할 수 없다..^^;;;
나도 마누라랑 싸우거나, 와이프에게 섭섭한 짓 많이 하는 놈이지만
그래도 이 말만은 하고 싶다.
남편들이여...아내의 노고에 감사하고 육아는 
여자 혼자 하기에 너무나도 고단한 일임을 인정하라!
그리고 무언가 도울 일이 없을까 찾아보거나 직접 물어 봐서 
한가지씩만 맡아서 해보길 권한다.
나는 빨래를 맡기로 했다. 
백일까지만 담당하기로 했던 것이 돌까지 연장되었고 아무래도 
아기 빨래는 그 이후로도 내가 맡아서 하는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세탁기로 빨아도 상관없을때 까지만이라도...
도와 줄 일이 없더라도 일찍 들어가서 아기랑 같이 놀고 
아내랑 같이 이야기하고 주말에는 한번씩 인심도 쓰자. 
아내가 한번 웃으면 그것은 수십배가 되어 남편에게 돌아 온다.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아내를 여왕으로 모셔라...그러면 당신은 황제가 될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일단 육아는 여자 혼자 감당하기에 힘든 일이라는 걸 인식하는게 첫걸음이다.
그걸 알게된다면 도와주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