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벚꽃 아래서 - 장석주
두개골 속에 꽃봉오리들이 툭, 툭, 터지는 소리가
벼락치고,
네 입술이 기르던 애벌레가
나방이 되어 날아간다.
네 입술,
네 둥근 젖,
네 흰 이마,
네 검은 머리칼,
네 젖은 어깨,
네 샅,
네 꽃피던 자궁,
네 모든 게 천천히 지워진다, 일찍이
내 이럴 줄 알았다,
벚꽃 폭설 아래 나 혼자 걸으면
벚꽃 흰 눈 몇 점 머리에 이고
네가 나와 마주치고도
저문 강 쳐다보듯 무심할 줄을.
에움길 돌아 돌아가면
우리가 미처 살아내지 못했던 시간들이
아직도 매캐한 슬픔이 피우는
연기 속에 자욱하다.
숯으로 네 눈썹을 그리던
푸른 밤들이 여전하다
깨진 거울과 빈 밥그릇,
곰팡이 슨 산수화 한 점과 함께
언 호수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묵은 가지마다 햇빛이 팝콘처럼 부풀고
핏속에는 웃음과 한숨과 입김들이
한꺼번에 피어난다.
내 핏속에 잠자던 호랑이들이
미쳐 날뛴다.
|
'━━ 감성을 위한 ━━ > 영상시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은 꿈꾸지 않는다 - 임영준 (0) | 2024.03.29 |
---|---|
참 좋은 아침 - 윤보영 (0) | 2024.03.26 |
벚꽃이 필때면 - 천준집 (1) | 2024.03.23 |
사랑에 젖고 싶다 - 윤보영 (0) | 2024.03.21 |
봄 햇살 날개에 누워서 - 김용관 (0) | 2024.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