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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 이육사

Joyfule 2009. 5. 17. 01:32
        
      황혼 - 이육사  
      내 골방의 커어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내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십이월 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산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수 많은 수인들에게도
      의지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탄 행상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에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어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진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