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당신의 아이를 칭찬하는 방법
지은이: 세키네 마사아키
제3장 산뜻하게 칭찬하는 방법
4편 저 선생님은 '우리 편'이라고 믿게 만들자
4. 학생들 사이에 정이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자
장애자 학급을 병설한 중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학교에서는 매주 월요일 조회 때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3분 가량 이야기를 하게끔 되어 있었다.
그 중 어느 교사가 한 이야기를 소개할까 한다.
어제 독감 예방주사를 맞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E조(장애자 학급)의 A가 주사를 맞을 차례가 왔습니다.
A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주사라면 십리는 도망갈 정도로 싫어합니다.
싫어한다기보다는 공포스러워한다는 쪽이 어울릴 겁니다.
A는 3년 동안 한 번도 주사를 맞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 A가 주사를 맞았습니다.
그것은 A에게 '나도 이젠 3학년이다.
내 밑으로 후배들이 많이 있는데 언제까지나 무서워할 수는 없다.'는
상급생으로서의 자부심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차례가 돌아오자 A는 마치 저승사자에게 잡혀가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오돌오돌 떨고 한 발짝도 걷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이 빨리 앞으로 나가라고 주의를 줄 정도였습니다.
A 뒤에는 C조와 D조의 남학생 열 명 정도가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A의 심정을 이해했습니다.
A는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도 이 학교에 입학한 이래
처음으로 남들과 더불어 주사를 맞았습니다.
비록 얼굴은 찡그리고 눈을 질끈 감았지만
A는 나름대로 마음을 다잡고 하나의 벽을 넘은 것입니다.
"야, 정말 큰일했다."
의사 선생님도 A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던 터라 빙그레 미소를 보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A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열 명의 3학년 학생들이
모두 A의 얼굴을 바라보며 일제히 박수를 쳤습니다.
정겨운 박수였습니다.
"해냈구나, 정말 멋져!"라고 축하하는 박수이기도 했습니다.
A는 빙긋이 웃었습니다.
한 번도 웃는 얼굴을 보이지 않던 A 가 웃었던 것입니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아, 우리 학교 학생들은 정말 멋있는 아이들이구나.
정이 넘치는 아이들이야'하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든지 자기 나름대로 노력을 합니다.
그 피나는 노력을 통해 도무지 넘을 수 없었던 벽을 넘었을 때 우리는 만족감을 느낍니다.
게다가 주변의 친구들로부터 축하와 격려까지 받는다면 더욱 멋진 일이겠지요.
그때 양호실에 있던 3학년 학생 모두에게 뜨거운 사랑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렇게 멋진 상급생들이 다니는 이 학교의 선생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지금 나는 기쁨에 넘쳐서 어쩔 줄을 모르는 심정입니다.
이 학교의 선생님들은 조회시간의 발표를 통해서 가능하다면
학생들의 좋은 점을 알리려고 한다.
그럴 때면 개인의 이름을 밝히는 일도 있지만 가능한 한 삼가는 편이다.
왜냐하면 중학생쯤 되면 칭찬을 겸연쩍어하는 경향도 있고,
친구들 사이에서 모범생이라고 놀림을 받을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배려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위에 든 예에서 교사가 느낀 심정만을 언급한 것에도 그런 배려의 자취가 배어 있다.
특정 개인의 이름을 들어서 칭찬을 하면 화제가 그 학생만의 좁은 범위로 줄이들기 쉽다.
전교생이 공감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개인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