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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의 '神曲'(La Divina Commedia)

Joyfule 2009. 7. 20. 02:02

  7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의 '神曲'(La Divina Commedia)        
 지옥편 ㅡ 제7권
여기에는 깨진 암석들이 둥글게 쌓여 원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바닥이 있었다.
험한 암석이 톱니처럼 우뚝 솟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 좁은 바윗길을 겨우 뚫고 나가니 바위틈 사이에 
옛날 크레타 섬에서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반인 반수의 미노타우로스가 누워 지키고 있었다. 
이 괴물은 누워 있다가 그들을 보자 분노에 떨면서 자신의 몸을 물어뜯기 사작하였다.
이 기형아는 크레타 섬의 왕 미노스의 왕비 파시파에가 
바다의 신이 보내 준 숫소를 사랑하게 되어 
나무로 만든 암소의 몸 속으로 기어들어가 결합하여 태어난 것이다. 
미노스 왕은 그를 달아날 수 없는 미궁 안에 유폐하여 나오지 못하게 한 후 
매일 아테네의 소년 소녀 일곱 명씩을 잡아먹고 살게 하였다.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는 이것에 분개하여 크레타 섬에 가서 그를 죽여 버렸다.
그래서 그의 혼은 피에 굶주린 포악과 잔학의 상징이 되어 
이 권에 갇혀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었다. 
베르길리우스는 그가 분노하는 모양을 보고 큰 소리로
"이 괴물아, 나는 너를 죽인 아테네의 왕이 아니다. 
우리들은 단지 너의 형벌을 보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이다" 하고 소리쳤다.
두 시인은 허물어진 암석을 겨우 지나서 아래에 있는 골짜기를 걸어가는데
발에 걸리는 돌이 이상하게 발 밑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은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힐 때 세계가 갑자기 암흑이 되고 
온 골짜기가 진동하면서 이 곳에 있는 바위도 추락하여 
이와 같이 움직이는 돌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래 골짜기를 내려다보니 세 개로 구분된 원 하나에 
백성들에게 흉포한 행동을 가한 폭군과 살인자들이 
열탕처럼 끓고 있는 빨간 피의 연못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눈과 이마가 뜨거운 핏물에 잠긴 자도 있고 겨우 목만 내놓고 신음하는 자도 있었다. 
그들은 죄의 경중에 따라 침몰의 깊이에 차이가 있었으며
대안에는 흉포의 표상인 반인 반마의 센타우르스가 수천 마리의 떼를 지어 
핏물 속에서 올라오려는 망령을 활로 쏘려고 위협하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압제자였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과 
인간의 영혼을 더럽힌 시칠리아의 데오니오스 등 
자기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 많은 살생을 한 호전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제2원은 신의 율법을 배반하고 자살을 한 자들이 사는 숲으로 
이 곳에 있는 작고 앙상한 나무들은 전부 죄수가 변한 것이었다. 
열매는 하나도 맺지 못한 채 독가시만이 무성했다. 
불평과 절망의 상징으로서 이 곳에서 살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하고 
새와 같은 날개와 긴 손톱을 가진 괴물은 얼굴은 굶주림으로 창백하였다.
이 곳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는데 
슬픈 울음 소리가 사방으로부터 들려 왔다. 
그것은 이 괴상한 새가 새싹을 주둥이로 쪼았기 때문에 
나무들이 아픔을 견디지 못해 신음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단테가 스승이 시키는 대로 그 나뭇 가지 하나를 꺾었더니 
마디 속에서 피가 흘러 나왔으며
  "왜 남의 몸에 상처를 입히느냐?" 하면서 고통에 겨워 화를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나무는 시칠리아 왕 페데리코 2세의 고관이었던 피에르 텔레뷔니에의 화신이었다.
그는 평민으로서 웅변과 학식이 뛰어난 명예로운 지위를 얻었으며 
공도 많았던 사람이었으나 만년에는 정적들의 모략으로 국왕의 총애를 잃고 
눈알까지 빼앗긴채 유폐 당하자 절망 끝에 자살하였다. 
이 때 벌거벗은 두 개의 그림자가 가시덤불에 상처를 입은 채 
악마들에게 쫓겨 숲을 헤치고 오더니 죽어 버렸다.
그들은 시에나 사람인 라노와 파도아의 자코보인데 
가산을 탕진하고 횡사하여 이러한 벌을 받고 있었다.
제3원에 이르니 풀 하나 남지 않고 타버린 열사의 들판이었다. 
이 곳에는 신을 모독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그들은 뜨거운 모래 위에 엎드려 고민하고 있었으며
자연에 반역하여 인륜을 더럽힌 자와 땀을 흘리며 
얻어야 할 노동의 대가를 부당하게 착취한 불로 소득자들이 
죄의 무게에 따라 속도를 달리하여 떼를 지어 달리며 헤매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내리는 불줄기와 이 나체의 죄수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불꽃이 점점 모래땅 위에 쌓여 불바다를 이루자 
망령들은 손을 휘젓고 발을 구르면서 계속해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열사를 지나가니 한 줄기의 빨간 피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 강물은 부리가메에서 흐르던 물과 같았다. 
부리가메라는 것은 비델보 부근의 유황 온천인데 
중세 때는 창부나 죄 지은 여인들이 일반 부인들과 함께 목욕하는 것을 금지 당하였으므로 
이 온천의 물을 다른 장소로 끌어내어 따로 목욕을 하였다고 한다. 
베르길리우스는 이 지옥의 늪과 강물은 인간 태고의 황금 시대는 제외하더라도 
그 후의 죄와 고통으로 가득 찬 각 시대에 흘려진 눈물이 지하를 뚫고 흘러서 
지옥의 내를 이루었으며 여기에 지옥의 죄수들의 눈물과 폭군 자객의 피와 
여러 지옥의 모든 더러운 것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은 형벌의 좋은 도구가 된다고 말했다. 
이 강은 아케론과 스트제 강인데 열사의 한 복판을 흐르며 질병을 퍼트리고 
물위나 냇가의 불꽃을 끈 후 대마왕이 사는 최저 지옥의 얼음지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이 곳을 지나는 강가에서 단테는 여러 죄수들 가운데서 얼굴이 그을려서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 그의 은사 부르네토 라티노를 간신히 발견하였다.
그는 단테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단테는 누구보다 가장 큰 존경을 보였다. 
부르네토는 단테가 플로렌스 사람의 손에 고역을 겪으리라는 예언과 함께 
자신의 보전을 기억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신의 강제에 의해 들판을 달려 건넜다. 
강물이 그치는 곳까지 이르러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에게 허리에 매고 있는 띠를 
물 속 깊이 던지게 하니 한 마리의 기괴하고 큰 짐승이 짙은 안개 속에서 떠올랐다. 
얼굴은 유순한 표정을 하고 있었으나 
나머지 전신은 털이돋은 뱀 형체를 한 보기에도 끔찍한 괴물이었다. 
이것은 사람을 유혹하여 자연이나 문명을 파괴하는 상징인 게류온이었다.
이 때 한 쪽에서는 비싼 이자를 받아 사람들을 괴롭힌 고리 대금업자가 
목에 영원히 걸고 있어야 하는 가방을 매고 고열에 못 이겨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돈가방에는 문장과 상표가 선명하게 수놓여 있었는데 대개가 플로렌스의 명문 귀족들이었다. 
두 시인은 게류온을 타고 빨간 피의 폭포수를 좌우로 바라보면서
공중을 번개 같이 빠르게 비행을 하여 사기꾼들이 벌받고 있는 무쇳빛 암석의 나라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