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의 '神曲'(La Divina Commedia)
지옥편 ㅡ 제8권 上
이 곳은 악의 구덩이라고 하는데 사기꾼과 악한들이 있는 지옥 상반부이다.
암석은 점차 제9권을 향하여 기울어져 있고 다시 열 개의 골짜기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사이에는 죄의 정도가 다른 자들이 각각 들어 있었다.
타락한 천사도 이 곳에 있는데 이 권은 인륜을 파괴한 기만의 죄를 범한 자들이 떨어져 있었다.
제1의 골짜기에는 지상에 있을 때 부녀자들을 유괴 혹은 매매한 자들로서
그들은 뿔이 돋힌 악귀의 긴 매에 무참하게 맞으려 도망쳐 다녔다.
노무노스 섬의 젊은 왕녀 피퓨시프레에게 아이를 배게 한 뒤 버리고
아내로 맞은 고루키스의 왕녀 메데아까지 버린 셋사리아 왕
야송 알렉산드리아의 난폭한 국왕 타이스가 이 곳에서 자기 몸을 학대하며 고통을 받고 있었다.
제2의 골짜기에는 아첨한 자들이 똥통 속에 빠져 허덕이는 것이 보였다.
제3의 골짜기에는 성직 매매의 죄를 범한 자가 있는 곳인데
이 곳은 납빛을 한 절벽 속에 많은 구덩이가 뚫려 있었는데
그 속에는 죄수가 한 사람씩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빨간 불꽃이 그 구덩이 속에서 타고 있는데
밖으로 나온 두 발목은 뜨거움에 못 이겨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불꽃이 강한 것이 니콜라스 3세의 것이었다.
그는 교황의 몸으로 성직을 돈을 받고 팔아 많은 죄악을 저질렀다.
제4의 골짜기에는 미래의 길흉화복을 예언했던 점쟁이가 있었는데
그들은 신의 신비를 폭로한 죄로 앞을 보지 못하게
머리를 뒤로 돌려 붙었기 때문에 발은 앞으로 걸어가나 눈은 뒤를 향하고 있었다.
단테는 비참한 광경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제5의 골짜기에는 관직을 더럽힌 자들이 있었다.
뇌물을 받은 탐관 오리들은 송진과 기름이 끓고 있는 연못에 파묻혀
얼굴만 겨우 내놓고 개구리 같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들을 감시하고 있는 포악스럽게 생긴 악귀들은 손에 갈고리를 들고
끓고 있는 송진과 기름 속으로 죄인들을 밀어 넣었다.
그들은 감시를 피하여 떠올랐다가 악귀들이 가까이 오면 못 속 깊이 숨어 버리곤 하였다.
제6의 골짜기에는 위선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무거운 납으로 만든 의복을 입고 느린 걸음으로 걷고 있었으나
그 의복의 표면은 찬란한 도금으로 덮여 있었다.
그 중에는 브로니아의 수도사 카타라노와 로데링고 등이 있었으며
땅바닥에 세 개의 말뚝에 못박혀 있는 것은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매달도록 빌라도에게 넘겨 준 제사장 카이아파스였다.
그는 벌거벗고 좁은 길바닥에 누워
그 위를 짓밟고 다니는 사람들의 무게를 낱낱이 몸에 느껴야만 했다.
제7의 골짜기에는 수많은 도둑들이 가장 천한 벌을 받고 있었다.
이 곳은 어두컴컴한 밑바닥은 보이지 않았으나 온 골짜기에는 끔찍한 뱀의 무리가 보였다.
리비아의 사막이나 에디오피아와 아라비아의 뱀을 모두 모아도
이처럼 처참하고 지독한 뱀들은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죄인들이 뱀 사이를 피해 다니는데 뱀은 손과 목 허리를 칭칭 감아 조이고 있었다.
지금도 뱀 한 마리가 두 시인 옆에 있는 한 사람의 목을 찔러 쑤시니
금새 타서 재가 되어 사방으로 날아갔다.
베르길리우스에게 그가 누구인지 물으니 단테의 고향에서 가까운 피스토이아 사람이며
신전의 성스러운 보물을 훔쳐 이 속에 떨어졌다고 하였다.
그는 단테에게 피스토이아와 플로렌스의 정치 싸움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말을 마친 그는 손가락질을 하면서 신을 욕하는 시늉을 하였다.
그러자 곧 떼를 지은 뱀이 목을 감아 입을 막고 팔을 감아 움직이지 못하여 도둑을 끌고 갔다.
이 때 떼를 지어 덤비는 뱀이 등에 붙은
젠타우로(예전에 가축을 훔친 죄로 이 옥에 떨어진 사람)가 그를 뒤쫓아가는 것이 보였다.
다음에 본 광경은 더욱 처참하고 기괴하였다.
세 망령이 두 시인이 바라보는 아래로 왔을 때
여섯 개의 발을 가진 도마뱀 한 마리가 그중 한 망령에게 달라붙었다.
망령은 도마뱀에게 칭칭 얽혀지더니 뜨거운 납처럼 녹아 보기 흉한 모양이 되어 떠나갔다.
그 때 또 삼복의 더운 햇볕 아래 번개같이 길을 지나던 작은 뱀 한 마리가
한 망령의 배로 뛰어들어 그 배꼽을 찌르고 그의 앞에 넘어진다.
찔린 사람은 열병에 걸린 듯 하품을 하면서
뱀과 서로 쳐다보면서 연기를 토하고 그 연기는 서로 섞이었다.
이것을 보고 있는 동안에 그 사람의 사지는 비틀어지고 얽혀서
얼굴이 변하면서 뱀의 몸이 되고 뱀의 몸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뱀으로 변한 망령은 소리를 내며 바위 틈으로 도망 다니고 있었다.
이와 같이 뱀과 한 덩어리가 되어 뱀이 되었다 사람이 되었다 하는
이 기괴한 변화와 비참한 고통을 눈앞에 보여 준 자들은 모두가 플로렌스의 도둑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