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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당신의 아이를 칭찬하는 방법 - 제4장 칭찬할 때 배려해야 할 것

Joyfule 2020. 9. 1. 11:26

91.당신의 아이를 칭찬하는 방법
지은이: 세키네 마사아키  
제4장 칭찬할 때 배려해야 할 것  
3편 칭찬할 때는 거리를 두자         
  2. 전화로 칭찬한다
전화는 이쪽이 원할 때 상대를 부르는 도구, 
상대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모르는 채 이쪽의 기분을 전하는 기계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전화는 참으로 자기본위의 도구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얼굴을 마주 보고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전화를 통해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을 칭찬하고 싶어도 겸연쩍어서 못 할 때가 있다. 
칭찬을 듣는 학생도 기쁜 표정을 지으면 
친구들의 시샘을 살까 봐 그러는지 겸연쩍어하는 일이 많다. 
개중에는 오히려  입을 삐죽 내밀고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짓는 학생도 있다.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정신박약의 장애가 있는 학생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걷기가 불편한 A와 함께 몇 시간동안 등산을 한 일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기운차게 등산코스를 올랐지만 
나는 쉬운 길을 골라 쉬어가며 그 여학생과 함께 걸었다.
A는 무슨 뜻이 있어서 그러는지 아니면 원래 그러는지 
내키는 대로 불쑥불쑥 쉬면서 좀처럼 걸으려고 하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말을 걸어도 대답조차 하지 않는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도 기분이 내키면 자기가 말을 걸었다. 
긴장과 이완의 변화가 심한 아이인 듯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끝에 A가 불쑥 물었다.
  "선생님 전화번호는 몇 번이세요? 제 전화번호는 O O O O 번이에요."
그래서 나는 전화기를 들어올리는 흉내를 내며 번호를 말하면서 
다이얼을 돌리는 시늉을 했다.
  "여보세요. A양입니까?"
그러자 A는 의외일 만큼 또렷한 목소리로 내 물음에 대답을 하였다.
  "네, 그런데요."
그녀는 왼손을 주먹 쥐어 귀에 대고 있었다. 
나와 전화놀이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건강하지요?"
  "네, 건강해요."
  "피곤합니까?"
  "아니오, 피곤하지 않아요."
  "지금부터 어디로 갈 거죠?"
  "산을 올라 산장까지 갈 거예요."
  "걸을 수 있습니까?"
  "네, 걸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걸으면서 계속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A에 대해서 뜻밖에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한 뒤, 나는 전화의 효과에 대해서 기존의 관념을 바꾸었다.
요즈음 아이들은 사람과 직접적인 연결을 맺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을 보조라면, 친구를 대하듯 하는 말투를 쓰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런데 전화로 통화하면 달라지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학생들은 교사가 전화를 걸어 칭찬을 하면, 
"아니에요. 선생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이예요. 
선생님께서 그렇게 칭찬하시면 정말 창피해요."
라면서 자신의 기분을 말로써 똑똑하게 표현한다.
이렇게 자신의 기분을 말로써 표현하는 건 자기 기분을 확인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