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Webster
Daddy Long Legs
록윌로우 농장에서
8월 3일
키다리 아저씨께
이래저래 편지를 2개월 정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안되지만 올 여름에는 아저씨가 별로 좋지 않아서요.
저 너무 정직하죠!
맥브라이드 씨의 캠프 생활을 포기하라고 하시다니,
얼마나 제가 실망했는지 모르실 거예요.
물론 아저씨는 제 보호자시니까 어떤 일에든 아저씨의 분부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일은 왜 안 되는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누가 봐도 제게 있어 이런 좋은 일은 없으니까요.
만약 제가 아저씨고, 아저씨가 주디라면 전 이렇게 말하겠어요.
'아아, 좋고 말고, 가거라. 그리고 즐겁게 지내거라.
새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새 일을 많이 배워두고 밖에서 많이 뛰어놀고, 건강해야지.
그래서 앞으로 1년간의 혹독한 공부에 대비하는 거야' 라고요.
그런데 아저씨는 어떠셨죠?
그냥 한 줄로,'록 윌로우에 가야한다' 라고만 비서를 통해 보내신것이 전부죠.
아저씨의 명령에는 인간미가 없어요.
그 점이 제 기분을 상하게 해요.
전 이렇게 생각해요.
만약 제가 아저씨께 갖고 있는 기분의 백분의 일만큼 이라도
아저씨가 제게 대해 대해주신다면,
그렇게 무뚝뚝하게 타이프로 친 비서의 통지가 아니라,
친필로 써 주셨을 거예요.
아저씨께서 저를 생각해 주신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게 해 주신다면 전 아저씨를 기쁘게 하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어요.
저는 마음이 담긴 길고 상세한 편지를 쓰고,
답장은 절대로 기대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알고 있어요.
아저씨는 그 계약대로 실행하고 계시는 거죠
ㅡ 지금 저는 이렇게 교육을 받고 있으니까 ㅡ
분명 아저씨는 제가 계약대로 실행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아저씨,
이것은 정말 어려운 약속이에요.
정말로 어려운 약속이에요.
저는 너무 너무 슬퍼요.
제가 애정을 바쳐야 할 사람은 아저씨뿐인데,
아저씨는 그림자처럼 잡을 수가 없으니 말이에요.
아저씨는 제가 만들어낸 공상 속의 인물에 지나지 않아요.
그러니까 아마 실제로 아저씨는 제가 상상하는 아저씨와는 전혀 딴판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예전에 딱 한 번, 제가 병으로 병실에 있었을 때 카드를 보내주셨죠.
그래서 지금도 아저씨께 완전히 버림받은 듯한 기분이 들면
그 카드를 살짝 꺼내서 읽어봐요.
전 말하고 싶은 걸 아직 조금도 하지 않았군요.
말씀드리려던 것은 이래요.
저는 아직도 마음이 상해 있습니다.
왜냐하면 독단적이고, 거만하고, 절대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에게 뽑혀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은 상당히 모욕적이거든요.
하지만 아저씨가 지금까지 제게 해 주신 것처럼
친절하고, 관대하고, 동정심 많은 분이라면
그 분 마음대로 독단적이고 거만하고, 지독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이 되실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ㅡ
이제는 아저씨를 용서해 드릴게요. 그리고 다시 즐겁게 지낼 거예요.
하지만 샐리로부터 캠프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 오면
역시 도저히 즐겁지가 못해요!
뭐, 어쨌든 이 일은 그만두기로 해요.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올 여름에는 쓰고 쓰고 또 쓰고 있어요.
단편을 네 편 써서 각각 다른 잡지사에 보냈어요.
아시다시피 전 지금 작가 수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 거에요.
일하는 방은 다락방 구석으로 정했어요.
이 곳은 저비 도련님이 비오는 날에 노는 곳으로 사용하시던 곳이에요.
창문이 두 개있고,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썰렁한 구석입니다.
단풍나무가 차양 대신인데, 이 나무 구멍에는 빨간 다람쥐 일가가 살고 있어요.
2, 3일에 다시 더 재미있는 편지를 쓰겠어요.
그때 농장 소식도 전부 알려드릴게요.
비나 내렸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당신의
주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