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Webster
Daddy Long Legs
키다리 아저씨께.
8월 10일
전 지금 목장의 웅덩이 옆에 서 있는
버드나무의 둘째가지 위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밑에서는 개구리가 울고, 위에서는 매미가 울고,
줄기에는 작은 다람쥐 두 마리가 오르내리고 있군요.
저는 한 시간 전부터 이 곳에 와 있습니다.
아주 앉아 있기에 편한 나무에요.
특히, 방석을 두개 깔고 나니까 더욱 편해졌습니다.
펜과 편지지를 가지고 불후의 명작을 쓰기 위해 올라왔지만,
아까부터 저의 여주인공에게 저는 정말 질려 버렸어요.
아무래도 제 생각대로 그녀를 움직일 수가 없군요.
그래서 잠깐 동안 그 여주인공은 포기하고 아저씨께 편지를 쓰기로 했답니다.
(하지만 이것도 별로 위로가 되지 않아요.
아저씨도 역시 제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는 분이니까요)
만약 아저씨께서 지금 그 비좁고 너저분한 뉴욕에서 살고 계신다면,
이 아름답고, 시원한 바람이 불며 햇빛 이 찬란한 이곳의 경치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일 주일 동안 내내 비가 내린 후의 시골은 정말 천국같아요.
아, 참! 천국이라는 말이 나와서 생각났어요.
작년 여름에 애기 했던 켈로크 씨를 기억하세요?
사거리에 있는 작고 흰 벽돌 교회의 목사님 말이에요.
그 가엾은 분이 작년 겨울에 폐렴으로 돌아가셨대요.
저는 여섯 번이나 설교를 들었기 때문에 그 분의 종교를 잘 알수 있어요.
그 분은 철두철미하게 한결같은 믿음을 가지고 계셨지요.
47년 동안이나 전혀 생각을 바꾸지 않고 사상을 관철하는 사람은
진품으로서 진열대에 보존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분명 그분은 지금쯤 금관을 쓰고 하프를 타고 계시겠죠.
언젠가는 분명히 그렇게 되리라고 믿고 계셨으니까요.
켈로크 목사님 대신에 새롭게 젊은 분이 왔어요.
아주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이에요.
많은 신자들이 미덥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집사인 카밍스 씨를 중심으로 하는 소당파는 더욱 그래요.
마치 지금 당장에라도 무서운 분열이 교회에 일어날 것만 같아요.
하지만 이 근처 사람들은 종교 개혁 따위는 어찌되든 상관하지 않아요.
내내 비가 내린 지난 일 주일 동안 다락방에 앉아서 밤을 새워가며 책을 정독했어요.
그 대부분이 스티븐슨의 책입니다.
스티븐슨이 쓴 소설에 나오는 어떤 인물보다도
스티븐슨이 자신이 훨씬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분명 그 사람은 나중에 책으로 쓰면
멋지게 보일 듯한 주인공처럼 일부러 자신을 꾸몄을 거에요.
아버지가 남긴 유산 1만 달러를 남기지 않고 다 털어서 산 요트를 타고
남국으로 가버리다니, 정말 스티븐슨다운 행동이 아닌가요?
스티븐슨은 자신이 신조로 하고 있는 모험적 생활을 실행한 거지요.
만약 제 아버지가 1만 달려를 남겨 주셨다면, 저도 역시 같은 행동을 했을지 몰라요.
'베일리머'를 생각하면 그 곳에 가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열대 지방을 보고 싶어요.
온 세계를 보고 싶어요.
저는 언젠가는 갈 거에요.
꼭 갈 거에요, 아저씨.
제가 위대한 작가가 되든, 예술가가 되든, 여배우나 혹은 극작가든 말이에요.
어쨌든 어떤 사람이 되든 위대한 사람이 되면요.
저는 굉장한 방랑벽이 있거든요.
지도를 보기만 해도, 당장에라도 모자를 쓰고 우산을 들고 뛰쳐나가고 싶어져요.
'죽기 전에 꼭 남국의 종려나무와 사원을 구경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