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Webster
Daddy Long Legs
키다리 아저씨께.
4일 후
매그놀리아에서
마침 여기까지 썼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하녀가 저비 도련님의 명함을 가지고 들어왔어요.
그 분도 이번 여름에 유럽에 가신다는 군요.
줄리아와 줄리아의 친지들과 함께가 아니라 혼자서만요.
저도 여자애들의 단체여행을 감독하는 부인과 함께
유럽에 가라고 하신 아저씨의 권유를 받았다고 저비 도련님께 얘기 했어요.
그분은 아저씨에 대해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친절한 신사 분이
저를 대학에 넣어 주셨다는 것을 알아요.
존 그리어 고아원에 대해서는 얘기할 용기가 도저히 없었어요.
그 분은 아저씨가 제 보호자이고,
옛날부터 집안 끼리 잘 아는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저씨를 모르는 분이라고는 절대로 말하지 않았어요.
너무 이상하게 들릴 테니까요!
그런데 저비 도련님은 꼭 유럽에 가라고 주장하셨어요.
그 분 말씀으로는 유럽여행은 제 교육상 꼭 필요하니까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요.
그리고 자신도 마침 그 때 파리에 가니까 때때로 감독자 몰래 빠져나와
멋지고 즐거운 파리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하셨어요.
아저씨, 이 제안은 너무 마음에 들더군요!
조금만 더했으면 넘어 갈 뻔 했지요.
만약 그분이 그렇게 명령조로 말씀하지 않았다면 분명 넘어가 버렸을 거에요.
저는 원래 달래고 어르면 순순히 말을 잘 듣지만,
우격다짐에는 절대로 말을 안 듣거든요.
저비 도련님은 저더러 바보같고, 멍텅구리에 벽창호에 별나고 고집이 세다고 말했어요.
(아직 더 많은데, 이것밖에 생각이 안 나는군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
너는 너 자신의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른다구요.
나이 많은 사람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구요.
우리는 조금만 더 했으면 싸움을 했을 거에요.
아니, 정말로 싸워 버렸어요.
어쨌든 저는 서둘러 짐을 챙겨 이곳으로 와 버렸어요.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를 다 쓰기 전에 출발해 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젠 돌이킬 수가 없어요.
저는 지금 클리프 탑 ㅡ 패터슨 부인의 별장 이름이에요 ㅡ
에 와서 짐을 풀었어요.
그리고 벌써 플로렌스(둘째아이)는 벌써부터
라틴어의 제1종 어미 변화의 명사를 몰라서 악전 고투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꽤나 고생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이 아이는 정말로 말도 안 될 정도로 버릇없이 자란 아이에요.
먼저 공부하는 태도부터 가르쳐야 할 형편이에요.
지금까지 아이스크림 소다수보다 더 어려운 문제 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아이니까요.
우리는 절벽 위의 조용한 장소를 교실로 사용했어요.
패터슨 부인이 가능한 한 딸들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 달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런데 눈 앞에 보이는 파란 바다와 항해 중인 배를 보니
제가 오히려 공부에 전념이 안 되는 거예요!
더구나 그 외국행 배 어딘가에
나도 타고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하고 생각하면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라틴 문법 외에는 눈길도 주지않을 거에요.
전치사 a 또는 ab( ~ 부터), absque( ~ 아니고), coram (~의 앞에서)
어때요, 아저씨?
완강하게 유혹을 뿌리치고 열심히 일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겠죠?
부디, 저에게 화내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제가 아저씨의 친절을 감사하게 여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왜냐하면 저는 언제나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 친절에 보답하는 길은 단 한가지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아주 훌륭한 시민이 되는 것이지요.
(여자는 시민인가요? 아무래도 아닌 것 같은데요)
하여튼 정말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저를 보고, 아저씨가
'내가 그 훌륭한 인물을 키웠다' 라는 말씀을 하시게끔요.
그렇게 되면 좋으시겠죠, 아저씨?
하지만 저는 아저씨를 속이고 싶지 않아서 말인데요.
저는 늘 제 자신이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느끼고 있답니다.
자신의 빛나는 미래를 계획해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아무리 봐도 저는 평범한 사람들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사람이 될 것 같아요.
결국은 장의사의 아내가 돼서 내조의 공이라도 세우며 일생을 보내게 될 지도 모르죠.
언제까지나 당신의 주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