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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어디선가 들리는 울음소리1

Joyfule 2017. 11. 1. 00:43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5장 : 어디선가 들리는 울음소리1  
     
    처음에는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나에게는 다 똑같아 보였다.
    매일 아침 태피스트리가 걸린 방에서 깨어나면 
    마사가 벽난로 앞에 무릎을 꿇고 불을 지피고 있었다
    매일 아침 아무것도 놀 거리가 없는 어린이 방에서 아침을 먹었다.
    아침 식사 후에는 창밖을 내다보며 그 건너에 사방팔방으로 뻗어있고 
    하늘까지 솟은 거대한 황야를 구경했다.
    ​잠시 그렇게 물끄러미 쳐다본 후에는 밖에 나가지 않으면 안에서 
    아무 할 일 없이 빈둥대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므로 밖으로 나갔다.
    나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더라도 
    이게 자기에겐 가장 좋은 일이라는 것알 알지 못했다.
    빨리 걷거나 오솔길을 뛰어가 큰 길로 내려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황야를 쓸고 오는 바람과 싸우면서 피의흐름이 좋아지고
    더 튼튼해졌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그저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뛰었을 뿐이고 얼굴에 부딪치면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거인인 양 포효하며 뒤로 밀어내는 바람이 싫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히스 위로 불어오는 거칠고도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키면 
    자기도 모르는 새 여윈 몸에 좋은 뭔가로 허파가 가득 찼으며 
    뺨에는 불그스레 홍조가 돌고 흐릿한 눈은 반짝였다.
    ​그렇게 며칠을 완전히 야외에서 보낸 후 어느날 아침, 
    나는 드디어 배가 고프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느끼면서 깨어났다.
    그래서 아침을 먹으려고 자리에 앉았을 때는 포리지를 깔보듯 쳐다보면서도 
    치워버리지 않고 숟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해서 그릇을 싹싹 비웠다.
    "오늘 아침에는 그게 입에 잘 맞으시나 보네. 그렇지 않아요?"
    마사가 말했다.
    "오늘은 맛있네."
    나는 자기도 살짝 놀라서 대답했다.
    "황야 공기 때문에 속이 허해서 입맛이 도는 게죠."
    마사가 대답했다.
    "입맛 도는 대로 먹을 음식이 있다니 아가씬 얼마나 다행이어요.
    우리 집에는 애들이 열두 명이나 있는데 배 속에 넣을 건 아무것도 없다니께요.
    그렇게 매일 쭉 밖에 나가 노셔요.
    그러면 뼈에 살도 붙고 낯빛도 그렇게 노리끼리하지 않을 테니."
    "나는 노는게 아냐."
    내가 대답했다.
    "가지고 놀게 아무것도 없는 걸."
    "가지고 놀게 없다구요!"
    마사가 소리쳤다.
    "우리 애들은 막대기와 돌멩이를 가지고 놀아요.
    그저 뛰어다니고 소리치고 이거저거 구경한다니께요."
    ​나는 소리치진 않았지만 구경하기는 했다.
    그 외에는 달리 할 일도 없었다.
    정원들을 빙빙 돌아다니면서 너른 공터 안 오솔길에서 헤맸다.
    ​이따금 벤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여러번 벤이 일을 하고 있는걸 보았어도 
    그는 너무 바빠서 메리를 쳐다보지도 않거나 너무 무뚝뚝할 뿐이었다.
    한 번 벤이 일하는 쪽으로 걸어가 보았지만 그는 삽을 들고
    일부러 그러는 양 등을 휙 돌려 가 버렸다.
    내가 다른 곳보다 더 자주 가는 장소가 하나 있었다.
    정원을 둘러싼 담 바깥에 난 긴 산책로였다.
    길 양쪽에는 메마른 화단이 있고 담벼락에는 
    담쟁이 덩굴이 무성하게 자라는 곳이었다.
    담 한쪽에는 다른 곳보다도 더 울창하게 진녹색 이파리로 덮인 부분이 있었다.
    오랫동안 내버려 둔 자리처럼 보였다.
    나머지는 이파리를 쳐서 깔끔하게 보였는데, 
    산책로 이쪽의 아래 끝은 전혀 다듬어 놓지 않았다.
    벤과 말을 나눈 며칠 후, 
    메리는 이곳을 발견하고 멈칫하며 어째서 그런가 궁금하게 여겼다.
    그저 멈춰 서서 바람에 흔들리는 긴 담쟁이 덩굴을 올려다 
    보고 있을 때 선홍색이 언뜻 비친다 싶더니 환하게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거기, 담 꼭대기에 벤의 붉은 가슴 울새가 앉아서 
    작은 머리를 한쪽으로 갸우뚱하며 몸을 내밀어 나를 보고 있었다.
    ​"아!"
    내가 외쳤다.
    "너였니, 너였어?"
    새가 이해하고 대답해 주리라고 굳게 믿는 양 말을 거는데도
    나는 그 사실이 이상하다 느끼지 못했다.
    ​새는 대답했다.
    새는 메리에게 온갖 이야기를 하듯 짹짹대고 지저귀며 담 위에서 콩콩 뛰었다.
    새가 말을 한건 아니지만 메리 아가씨도 그 뜻을 이해할 것만 같았다.
    마치 이렇게 말한 듯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바람이 참 좋지 않아요?
    햇빛이 참 좋지 않아요? 모든게 참 좋지 않아요?
    우리 둘 다 지지배배 지저귀고 콩콩 뛰고 짹짹 노래해요.자요! 자!"
    ​나는 웃음을 터뜨렸고, 새가 콩콩 뛰며 담을 따라 살짝 날자 그 뒤를 따라 뛰어갔다.
    불쌍하고 작은 아이, 마르고 혈색이 누르스름하고 못 생긴 내가 
    순간 정말로 예쁘게 보일 정도였다.
    "난 네가 좋아! 네가 좋아!"
    나는 외치면서 산책로를 깡총깡총 뛰어갔다.
    나는 지저귀듯 외치다 휘파람을 불려고 했지만 어떻게 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울새는 아주 만족한 듯했고 메리에게 답례로 지저귀고 휘파람을 불었다.
    마침내 울새는 날개를 쫙 펼치고 나무 꼭대기 위로 
    화살처럼 날아가 자리를 잡더니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을 보니 처음으로 새를 보았을 때가 떠올랐다.
    울새는 나무 꼭대기 위에서 흔들흔들 앉아 있었고 나는 과수원에 서 있었다.
    이제 나는 과수원 반대편, 담 바깥의 길 위에 서 있었다.
    훨씬 더 아래였다.
    그리고 새가 앉은 나무는 정원 안에 있던 바로 그 나무였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정원 안이구나."
    나는혼잣말을 했다.
    "문이 없는 정원이야.  
    울새는 저기 살지.  
    그 정원이 어떤지 나도 한 번 봤으면!"
    나는 산책로를 뛰어가 맨 첫날 들어왔던 초록 문까지 갔다.
    그런 후에는 길을 쭉 따라 달려 다른 문을 지나 과수원으로 들어갔다.
    서서 위를 올려다보니 담 너머에 그 나무가 있었고
    울새는 막 노래를 마치고 부리로 깃털을 다듬고 있었다.
    "저기가 그 정원이야."
    나는 말했다.
    "확실해."
    나는 둘레를 돌며 과수원 담 저편을 자세히 보았지만
    이전에 알아냈던 사실만 다시 확인했을 뿐이었다.
    그 안에는 문이 없다는 사실, 
    그러자 나는 다시 채마밭을 지나 밖으로 나가서 
    담쟁이 덩굴이 덮은 기다란 담 바깥의 산책로로 갔다.
    끝까지 내려가서 살펴보았지만 문은 없었다.
    그런 후에 나는 다른 쪽끝까지 걸어가서 찾아보았지만 역시 문은 없었다.
    "아주 이상하네?"
    나는 말했다.
    "벤 할아범이 문이 없다고 했으니 정말 문은 없겠지.
    하지만 10년 전에는 있었을 텐데.
    크레이븐 고모부가 열쇠를 묻었다고 하니까."
    이 말을 떠올리니 생각할 게 아주 많아서 나는 부쩍 흥미가 생겼고 
    미슬스웨이트 장원에 와서 아쉽다는 기분도 느끼지 않았다.
    인도에서는 늘 너무 덥고 나른한 기분이라 무엇에도 심드렁했었다.
    사실 황야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이 나의 어린 머리에 꼈던 
    거미줄을 걷어 헤치고 잠얶었던 정신을 살며시 깨웠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