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13장 고종사촌 콜린 2
고풍스럽고 근사한 가구들이 있는 커다란 방이었다.
벽난로에는 잦아든 장작불이 희미하게 빛났고
밤을 지새울 등불이 네 기둥에 조각을 새기고
그 위에 차양을 드리운 침대 옆에서 빛났다.
침대에서는 한 소년이 누워 칭얼대며 울고 있었다.
나는 여기가 진짜 공간인지 아니면 다시 잠에 빠져
자기도 모르는 새 꿈을 꾸는 건지 알수가 없었다.
소년의 상아색 얼굴은 날카롭고 섬세했으며 눈은 얼굴에 비해 무척 컸다.
머리숱이 많아서 이마 위에 수북이 내려오는 바람에
그렇지 않아도 작은 얼굴이 더 작아 보였다.
소년은 아팠던 것 같았지만 아프다기보다 피곤하고 성이 나서 더 우는 듯했다.
나는 초를 들고 숨을 죽인 채 문간에 서 있었다.
그러다 방 저편으로 슬금슬금 걸어갔다.
내가 가까이 가자 빛이 관심을 끌었는지
소년이 베개에 묻은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았다.
소년의 회색 눈이 어찌나 휘둥그레 커졌는지 거대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넌 누구야?"
마침내 소년은 반쯤 겁먹은 소리로 속삭였다.
"너, 유령이야?"
"아니, 난 아니야."
내가 대답했다.
내 목소리도 반쯤 속삭이는 듯했다.
"너야 말로 유령이야?"
소년은 빤히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다.
나는 소년의 눈이 얼마나 이상한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마노 구슬 같이 회색이었고 짙은 검은 속눈썹이
그 둘레에 나 있어서 얼굴에 비해 지나치게 커보였다.
"아니야."
소년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대답했다.
"난 콜린이야."
"콜린이 누군데?"
내 목소리가 떨렸다.
"콜린 크레이븐이야, 넌 누구니?"
"난 메리 레녹스, 크레이븐 씨가 내 고모부야."
"우리 아빠야."
소년이 말했다.
"네 아빠라고?!"
난 숨을 헉 들이쉬었다.
"고모부에게 아들이 있다는 말은 아무도 안해 줬는데, 왜 안했을까?"
"이리 와 봐."
콜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여전히 이상한 눈을 나에게서 떼지 않았다.
"너 진짜지. 아니야?"
콜린이 물었다.
"나, 이렇게 진짜 같은 꿈 자주 꿔.
너도 그런 꿈일지 모르잖아."
나는 방을 나올 때 모직 가운을 걸치고 왔기 때문에
그 천을 소년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었다.
"이거 문질러 보고 얼마나 두껍고 따뜻한지 봐."
내가 말했다.
"내가 진짜라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 원하면 널 꼬집어도 줄 수 있어.
잠시 동안 나도 네가 꿈일지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넌 어디에서 왔지?"
콜린이 물었다.
"내 방에서, 바람이 휘불어서 잠이 오지 않았는데
우는 소리를 듣고 누군지 알아보러 나왔어.
너 왜 울었어?"
"왜냐하면 잠도 안 오고 머리도 아파서,
네 이름 다시 말해 줘."
"메리 레녹스야, 내가 여기 살러 왔다는 얘기,
아무도 안해 줬니?"
콜린은 아직도 내 가운 주름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지만
이제 점점 내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믿는 눈치였다.
"아니, 아무도 그런 얘기 못 했지."
"왜?"
내가 물었다.
"너랑 만나게 될까봐 내가 두려워했을 테니까.
난 사람들이 나를 만나러 와서 말을 걸도록 하지 않거든."
"왜?"
난 매 순간 점점 수수께끼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다시 물었다.
"난 항상 이런 식이었으니까.
아프고 자리에 누워 있어야 하거든.
아버지도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도록 허락하지 않을 거야.
하인들은 내 얘기를 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어.
내가 살아 있으면 아마 곱사등이가 되겠지만 그렇게까지 살지도 못할 거야.
아버지는 내가 아버지처럼 된다는 생각을 싫어하셔."
"참, 정말로 이상한 집이다!"
내가 말했다.
"얼마나 이상한 집이니!
모든 게 다 비밀이야.
방은 잠겨있고 정원도 잠겨있고, 너도!
너도 잠긴 방안에 있었니?"
"아니, 난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서 이 방에 있는 거야.
너무 지치니까."
"아버지가 너를 만나러는 오셔?"
나는 용기 내어 물어보았다.
"가끔은 주로 난 자고 있어.
아버지는 날 보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왜?"
나는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성난 그림자가 소년의 얼굴을 스쳤다.
"내가 태어날 때 엄마가 죽어서 나를 보면 아버지가 괴로운 거야.
아버지는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어.
아버지는 나를 싫어하는 거나 다름없어."
"네 아버지는 정원도 싫어하잖아.
네 엄마가 죽어서."
나는 반쯤 혼잣말하듯 이야기했다.
"무슨 정원?"
"아, 그냥. 그냥 네 엄마가 좋아하던 정원이야."
내가 더듬거렸다.
"너는 항상 여기 있어?"
"거의 항상. 가끔은 바닷가 보이는 별장으로 가곤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기 때문에 거기 오래있진 않아."
난 등을 곧게 펴려고 강철 등받이를 입어야 했는데,
런던에서 뛰어난 의사 선생님이 와서 진찰하더니 그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하셨어.
의사 선생님은 그걸 떼고 밖에 나가 신선한 공기를 쐬라고 하셨지.
하지만 난 신선한 공기도 싫고 밖에 나가고 싶지도 않아."
"나도 여기 처음 왔을 땐 그랬어.
넌 어째서 나를 계속 그렇게 보는 거니?"
"너무 생생한 꿈이라 그래."
콜린은 약간 칭얼대듯 대답했다.
"종종 눈을 뜨고도 내가 깨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거든."
"우리는 둘다 깨어 있어."
나는 천장이 높고 모퉁이에 그늘이 졌으며 침침하게 난롯불이 비치는 방을 둘러보았다.
"꽤 꿈같이 보이기도 하네.
한밤중이고 집 안의 사람은 다 자고 있지.
우리 빼면 모두, 우리 둘은 맨 정신으로 깨어있지만."
"이게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소년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말했다.
나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사람들이 보는게 싫다면 내가 가 버렸으면 좋겠어?"
콜린은 아직도 잡고 있던 내 가운 자락을 약간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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