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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마침내 찾아온 봄 2

Joyfule 2017. 12. 18. 01:06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마침내 찾아온 봄2   
     
    크레이븐 박사는 약간 놀랐다.
    이 피곤하고 히스테리 잘 부리는 아이가 혹여나 회복하기라도 한다면, 
    크레이븐 박사야말로 미슬스웨이트를 상속받을 기회를 모두 잃을 터였다.
    하지만 크레이븐 박사는 마음이 약하긴 해도 파렴치한은 아니었고 
    콜린이 나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없었다.
    "그러자면 아주 힘이 세고 튼튼한 아이여야 할 텐데."
    의사가 말했다.
    "나도 걔에 대해서 좀 알아야겠고, 걘 누구냐?
    이름이 뭐야?"
    "디컨이에요."
    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나는 어쨌든 황야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디컨을 알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내 생각은 맞았다.
    한순간 크레이븐 박사의진지한 얼굴이 
    안심했다는 미소로 풀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디컨. 디컨이라면 안전할 거다.
    황야의 조랑말처럼 튼튼한 아이가 디컨이니까."
    "게다가 믿을 만해요."
    내가 말했다.
    "걔는 지가 요크셔에서 본 애 중 가장 믿을 만혀요."
    나는 콜린에게 요크셔 사투리로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순간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 버렸다.
    "디컨이 네게 그렇게 말하는 법을 가르쳤니?"
    크레이븐 박사는 대놓고 웃어 버렸다.
    "프랑스어처럼 배우는 중이에요."
    나는 약간 싸늘하게 말했다.
    "인도의 원주민처럼 아주 영리한 사람들은 배우려고 해요.
    나도 좋아하고 콜린도 좋아해요."
    "그래, 그래."
    의사가 말했다.
    "그게 재미있다면, 그래도 해될 건 없겠지.
    지난밤 진정제는 먹었니, 콜린?"
    "아뇨."
    콜린이 대답했다.
    "처음에는 먹을 마음이 없었고,  메리가 저를 진정시키고 나서 
    잠잘 때까지 얘기를 해주었어요.
    낮은 목소리로 정원에 봄이 오고 있다는 얘기를 요."
    "그것 참 위안이 되는 소리구나."
    크레이븐 박사는 한층 더 당황해서, 
    의자에 앉아 양탄자만 말없이 내려다 보고 있는 나를 곁눈질로 힐끔 거렸다.
    "확실히 상태는 나아졌지만 항상 기억할 것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다시 나타난 라자가 말을 끊었다.
    "혼자 누워서 기억을 하려고 하면, 여기저기 몸이 아프기 시작해요.
    너무 싫어서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요.
    병을 기억하는 대신에 아프다는 것을 잊게 해주는 의사가 
    어디에 있다면 여기 데려오라고 할 거에요."
    콜린은 루비로 만든 왕가의 반지를 끼고 있어야 지당할 것 같은 
    마른 손을 흔들었다.
    "여기 있는 내 사촌은 병을 잊게 해주고 훨신 더 기분 좋게 해 주니까요."
    크레이븐 박사는 '짜증발작'후에 그처럼 금방 떠날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
    보통은 아주 오래 머물면서 여러 일을 해야 했다.
    그날 오후에는 어떤 약도 처방하지 않았고, 
    불쾌한 소동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아껴둔 새로운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의사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도서관에 있는 메들록 부인과 대화를 나누었을 때 
    부인의 눈에도 의사 선생님이 아주 당혹스러워 보였다.
    '저기, 선생님."
    부인은 용기 내어 말해 보았다.
    "믿을 수 있으세요?"
    "분명히 새로운 상황이군."
    의사가말했다.
    "하지만 옛날보다 더 낫다는 건 부인할 수 없겠지요."
    "전 수전 소위비의 말이 맞는다고 믿어요. 정말로요."
    메들록 부인이 말했다.
    "어제 스웨이트에 가는 길에 수전 집에 들러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때 수전이 그러더군요.
    '그래, 세라 앤.
    아씨는 착한 아이는 아닐 수 있고 예쁜 아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아이 아니겄어. 애들은 애들끼리 놀아야 혀.'
    우린 학교를 같이 다녔어요.
    수전 소위비와 저는."
    "그 부인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훌륭한 간병인이요."
    크레이븐 박사가 말했다.
    "부인이 집에 있을 때면 환자를 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게 되니까."
    메들록 부인이 미소 지었다.
    부인은 수전 소위비를 좋아했다.
    "수전은 수완이 있는 여자에요."
    부인은 수다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침 내낸 수전이 한 이야기를 생각해 보았어요.
    수전이 이러더군요.
    '한번은 우리 애들이 쌈을 해서 내가좀 잔소리를 하면서 이랬지.
    "내가 학교 댕길 때 지리학 수업에서 세상이 오렌지 같다는 걸 배웠어.
    열 살이 되기 전에 오렌지 한 알 통째는 누구의 것도 아니란 걸 알았지.
    아무도 조그마한 조각 이상은 가질 수 없고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만큼 충분한 몫이 있는 것도 아니여.
    니들이 오렌지 한 알을 통째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어.
    그랬다간 잘못이라는 걸 알테니께.
    된통 혼나지 않고는 그걸 깨닫지도 못혀."
    애들은 애들한테 배우는 법이지.'
    그러면서 또 이러두군요.
    '전체 오렌지 한 알 통째로 혼자 움켜쥐고 껍질을 까려 해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어.
    그랬다간 씨앗도 먹지 못할테니.그건 너무 써서 먹지도 못혀."
    "참 현명한 부인이에요."
    크레이븐 박사는 외투를 입으며 말했다.
    '예, 수전은 말을 참 잘한다니까요."
    메들록 부임이 무척 흐믓해 하며 말을 맺었다.
    "가끔은 전 이런말도 하죠.
    '어머 수전, 네가 다른 여자였고 그렇게 심한 요크셔 사투리로 말하지 않았더라면 
    난 이따금 너 참 현명하다고 말했을 것 같아.'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