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12장 크레이븐 고모부와 만남1
나는 어찌나 빨리 뛰었는지 방에 도착했을 땐 숨이 찼다.
머리카락은 이마 위에 헝클어졌고 뺨은 밝은 분홍색으로 빛났다.
점심은 식탁 위에 차려져 있었고 마사가 그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약간 늦으셨구먼요? 어디 있었어라?"
"디컨 만났어! 디컨 봤어!"
내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걔가 올줄 알았지요. 좋으셨어라?"
마사는 기쁘게 말했다.
"그런 것 같아. 정말 멋져!"
내가 확고하게 말했다.
마사는 약간 움찔 놀랐지만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뭐, 걘 정말 착한 아이지만
우리도 디컨을 잘생겼다고 생각은 안 하는데, 코가 너무 들렸잖어요."
"코가 그렇게 들린게 좋아."
내가 말했다.
"눈도 너무 동그랗고. 눈 색깔은 이쁘지만요."
마사는 한결 미심쩍은 말투였다.
"그 눈이 그렇게 동그란게 좋아.
황야에 뜬 하늘 색깔이랑 똑같아."
내가 그리 말하니 마사는 만족해서 환히 웃었다.
"엄니 말씀으로는 항상 새들과 구름을 올려다보느라
그런 눈 색깔이 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입이 참 크지요?"
"디컨 입이 큰 것도 좋아. 내 입도 그랬으면 좋겠어."
내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마사가 명랑하게 킥킥 웃었다.
"아씨 작은 얼굴에 입이 그렇게 커다라면 희한하고 아주 웃길 거에요.
하지만 아씨가 디컨 첨 봤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인디
어떻게 걔가 사다 준 씨앗이랑 원예도구는 마음에 드셔라?"
"그거 사왔는지 어떻게 알아?"
"아무것도 안 가지고 올 애가 아니지라.
물건이 요크셔에 있기만 했다먼 받드시 사왔을 거에요.
걘 믿을 만한 애니까요."
나는 마사가 곤란한 질문을 할까 봐 걱정했지만
마사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씨앗과 원예 도구에 대단한 흥미를 보였는데 내가 두려웠던 건 딱 한 순간뿐이었다.
꽃을 어디 심을거냐고 물었을 때였다.
"누구에게 물어봤어요?"
마사가 물었다.
"아직 아무한테도 안 물어봤는데."
나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음, 나라면 수석 정원사에게 안 물어볼 거에요.
어찌나 잘난 체가 심한지, 로치 씨는."
"난 그 사람 한 번도 못 봤는데. 보조 정원사들과 벤만 봤어."
"내가 아씨라면, 벤에게 물어보겄어요.
그 할아범은 보기만큼 그렇게 무서운 사람은 아니거든요.
좀 괴팍하긴 혀도 크레이븐 주인님은 벤에겐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놔두셔요.
벤은 크레이븐 마님이 살아 계실 때부터 여기 있었고
마님을 한바탕 웃겨 드렸거든요.
마님은 벤을 좋아하셨지라.
어쩌면 벤이 큰길에서 벗어난 구석의 작은 땅뙈기 하나 떼어 줄지 몰러요."
"큰길에서 벗어났다면 아무도 갖고 싶어하지 않을 거고,
내가 가진다고 해도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
내가 불안하게 중얼거렸다.
"그럴 이유가 있겄어요.
그런들 아무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점심을 될수 있는 한 빨리 먹었다.
식탁에서 일어나자 방으로 뛰어가 모자를 쓰려고 했지만 마사가 말렸다.
"할 말이 있어요.
먼저 점심부터 드시게 하고 말씀드리려고 했죠.
크레이븐 주인님이 오늘 아침에 오셨는데 아씨를 만나보고 싶은 모양이셨어요."
내 얼굴이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어머! 왜! 왜!
고모부는 내가 왔을 때도 만나고 싶어하지 않으셨잖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피처가 말하는 것 들었어."
"뭐, 메들록 부인 말로는 저희 어머니 때문이라는데요.
저희 어머니가 스웨이트 마을에 갔다가 주인님을 만나셨다지 뭐여요.
이전에는 주인님과 말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크레이븐 마님은 저희 집에 두세 번 오셨더랬지요.
주인님은 잊어버린 모양이지만 어머니는 늘 기억하고 있어서
용기를 내어 주인님을 불렀대요.
어머니가 주인님께 아씨에 관해 뭐라 했는진 모르겠지만
주인님 마음을 움직이는 무슨 말씀을 해서
주인님이 내일 다시 떠나기 전에 아씨를 보겠다고 하셨나봐요."
"아! 고모부가 내일 가셔? 잘 됐다!"
내가 무심결에 소리쳤다.
"한참 가셔서 좀체 안 오실 거여요.
아마 가을이나 겨울이 되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으실 거라고,
외국으로 여행을 가신대요. 항상 그러시니까."
"아, 잘 됐어! 정말 좋아!"
나는 고모부가 고마웠다.
겨울, 적어도 가을까지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비밀의 화원이 살아나는 것을 볼수 있을 터였다.
크레이븐 고모부가 알아내서 빼앗아 간다고 해도
적어도 그때까지는 가질 수 있을 테니까.
"고모부가 언제 나를 보고 싶어 하시는지..."
내가 말을 미처 다 끝맺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고 메들록 부인이 들어왔다.
메들록 부인이 가장 좋은 검은 드레스와 모자를 썼고
옷깃에는 남자의 얼굴 그림이 있는 커다란 브로치를 달고 있었다.
그림은 몇 년전 죽은 메들록 씨의 유색 초상화로서,
메들록 부인은 옷을 차려입을 때면 꼭 그 브로치를 달았다.
부인은 약간 초조하면서도 들뜬 듯했다.
"머리가 엉망이네요.가서 빗으세요.
마사. 아씨가 가장 좋은 옷을 입으실 수 있도록 시중들어.
크레이븐 주인님이 서재로 아씨를 데려오라고 나를 보내셨으니까."
내 뺨에서 분홍빛이 말끔히 사라졌다.
심장이 쿵쿵 뛰었고 나는 다시 뻣뻣하고 못생기고 말없는 아이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메들록 부인의 말에 대답조차 않고 몸을 휙 돌려서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마사가 뒤따랐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빗질하는 동안에도 아무말 하지 않았고 할 말이 뭐 있을까?
가서 만나 뵈어야 하기는 하겠지만 크레이븐 고모부는
나를 좋아하지 않을 테고 나도 고모부를 좋아하지 않을텐데.
나는 고모부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 지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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