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11장 둘만의 비밀 2
우리 둘만의 공감장소
"여기 할 일이 참 많어!"
디컨은 무척 환희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또 와서 내가 꽃 심는 걸 도울 거야?
나도 도울 수 있을 거야.
땅도 파고 잡초도 뽑고, 하라는 거 뭐든지 할게.
아! 제발 와 줘, 디컨!"
내가 간절하게 부탁했다.
"아씨가 필요하면 비가 오든 맑든 매일 올겨.
디컨은 믿음직스럽게 말했다.
"평생 해 본일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어.
여기 틀어박혀서 정원을 깨우는 일."
"디컨이 와준다면, 이 정원이 살아나도록 도와준다면
나는... 난 뭘해야 할지 모르겠네."
난 어쩔 줄 몰라 하며 말을 맺었다.
저 멋진 소년에게 뭘 잘해 줄수 있을까?
"아씨가 뭘 하게 될지 말을 해줄게.
아씨는 꼬마 여우처럼 통통해지고 배가 고파질거여.
나처럼 울새와 얘기하는 법을 배울거고, 아! 무척 재미있겄네."
디컨은 기분좋게 싱글거리며 대답했다.
"여길 정원사들이 가꾼 정원처럼 만들고 싶지 않어.
다 잎을 바짝 쳐 버려서 말쑥하게 만든 그런 정원 말이여.
덩굴이 그냥 뻗어 나가고 흔들리면서 서로 얽히도록 놔두는 편이 훨씬 멋있겄어."
"너무 깔끔하게 정리하진 말자.
깔끔하면 비밀의 화원이 아니잖아."
내가 조심스레 말했다.
디컨은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적갈색 머리카락을 북북 긁으면서 서 있었다.
"여긴 비밀의 화원이긴 한데,
10년 전 잠긴 이래로 울새 말고 누가 있었던 것 같어."
"하지만 문은 잠겨 있고 열쇠도 묻혀 있었는데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어."
"그 말도 맞어. 여긴 참 기묘한 곳이야.
여기저기 가지치기를 한 것 같단 말이여.
10년 전이 아니라 그보다는 나중에."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디컨은 똑바로 선 장미 나뭇가지를 살피다 고개를 저었다.
"아하! 할 수 있겠구나.
문이 닫히고 열쇠가 묻혀 있었어도."
디컨이 중얼거렸다.
난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정원이 자라기 시작한
첫 아침을 잊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내게는 그날 아침에 자라기 시작한 것 처럼 보였다.
디컨이 꽃씨를 심으려고 땅을 고르자,
난 배질이 놀리려고 불렀던 노래가 떠올랐다.
"방울같이 생긴 꽃도 있어?"
내가 물었다.
"여긴 은방울꽃이 벌써 있어.아까 봤는걸.
은방울꽃은 너무 바짝 붙어 자라기 때문에 떼어 놓아야 하지만 많이 있어.
다른 꽃들은 씨에서 피기까지 2년이나 걸리지만
우리 집 마당에서 화초를 몇 포기 가져다 줄 수 있지.
그런데 왜 그 꽃을 갖고 싶은데?"
그때 난 인도에서 만났던 배질과 그 형제자매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아이들이 얼마나 싫었고 그 아이들이 자기를
"까칠한 메리양"이라고 불렀다고 설명해 주었다.
"걔들은 내 주위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불렀어.
까칠한 메리 양 정원은 어떤 가요?
흰 방울꽃과 조가비 금잔화가 모두 한 줄로
그게 생각나서 정말로 흰 방울처럼 생긴 꽃이 있나 궁금했었지."
난 얼굴을 살짝 찡그리면서 작은 모종삽으로 약간 앙심을 풀듯 흙을 팠다.
"난 걔들만큼 까칠하지 않아."
하지만 디컨은 웃어 버렸다.
"하하!"
디컨은 기름진 검은 흙을 잘게 부수었고 난 디컨이 그 흙 냄새를 맡는 것을 보았다.
"그런 꽃들이 있고 정다운 들짐승들이 우리나 둥지를 만들려고
돌아다니면서 노래하고 휘파람을 부는데 왜 까칠하게 굴어야 하지?"
씨를 손에 들고 디컨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난 고개를 들면서 찡그린 얼굴을 폈다.
"디컨, 마사가 말한 것 만큼 정말 착하구나. 네가 좋아.
내가 다섯번째로 좋아하게 된 사람이야.
내가 다섯 명이나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디컨은 마사가 난로 쇠창살을 닦을 때 하는 것처럼 뒤로 쭈그려 앉았다.
난 디컨을 보면서 둥근 푸른 눈과 빨간 뺨, 행복하게 느껴지는
들창코를 가진 재미있고 유쾌한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다섯 명밖에 없어?
나머지 넷은 누군디?"
디컨이 물었다.
"디컨 어머니와 마사.
울새와 벤 웨더스태프."
난 손가락으로 꼽으며 셌다.
웃음소리가 무척 크게 나와 디컨은 한 팔을 입에 대고 소리를 죽여야 했다.
"아씨는 나를 엉뚱한 애라고 생각하겄지.
하지만 아씨야 말로 내가 본 사람중에 가장 엉뚱한 여자애여."
그때 난 이상한 일을 했다.
난 앞으로 몸을 숙이고 이제까지 누구에게도 물어볼 생각을 하지 않은 질문을 했다.
이 질문은 요크셔 사투리로 했는데, 그것이 디컨의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인도에서 원주민들이 자기네 말을 알면 항상 기뻐했다.
"디컨은 나 좋아혀?"
"그럼! 좋아하고 말고,
난 아씨를 겁나게 좋아하고 울새도 그런걸. 그렇다고 믿어!"
"그러면 둘이 되겠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둘."
그런 후에 두 사람은 더욱 열심히, 더욱 즐겁게 일했다.
마당의 큰 시계가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을 울리자 난 화들짝 놀랐고 아쉽기도 했다.
"난 가야 해.디컨도 가야 하지?"
난 우울하게 말했다.
디컨은 빙그레 웃었다.
"난 편하게 도시락을 가지고 다녀.
엄니가 늘 주머니에 뭘 넣어 주시니께."
디컨이 설명했다.
디컨은 풀 숲 위에 놓아두었던 외투를 집더니 주머니에서
아주 깨끗하고 거친 흰색과 푸른색 손수건으로 싼 불룩한 꾸러미를 꺼냈다.
그 안에는 가운데 무언가를 끼운 빵 두 조각이 들어있었다.
"빵밖에 먹을 게 없는 날이 더 많지만,
오늘은 기름진 베이컨도 들어있네."
난 점심치고는 빈약하다고 생각했지만 디컨은 즐겁게 먹을 준비가 된 듯했다.
"아씨도 가서 점심 먹어.
난 내걸 먼저 먹을 테니까. 일 좀 더 해놓고 집에 갈게."
디컨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저 울새를 불러서 쪼아 먹을 수 있게 베이컨 쪼가리를 좀 주어야 겄다.
저 새들은 이 비계를 겁나게 좋아하거든."
난 디컨과 헤어지기 싫었다.
갑자기 디컨이 어떤 나무 요정이라서
내가 다시 정원을 왔을 때는 사라지고 없을 것만 같았다.
디컨은 굉장히 멋져서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 같지 않았다.
난 느릿느릿 벽에 붙은 좁은 문으로 가다가 멈추고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 말 안 할 거지?"
빵과 베이컨을 한 입 베어 분 터라 양귀비꽃처럼 붉은 볼이 미어졌지만
어쨌든 디컨은 기운을 북돋우듯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만약 아씨가 울새고 나한테 둥지가 있는 곳을 알려 줬다면,
내가 누구에게 얘기할 것 같어? 난 아니여.
아씨는 울새 맹키로 안전혀."
그래서 난 안전하다는 기분이 확실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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