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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正' 헛구호와 정치적 사이코패스

Joyfule 2020. 9. 25. 12:38



<시론>'公正' 헛구호와 정치적 사이코패스

기자 입력 2020.09.25. 12:00 수정 2020.09.25. 12:03




문화일보 김종호 논설고문

말로 외치며 실제로는 거꾸로
고질 된 反理性의 ‘내 편 국정’
文대통령 취임사도 헛말 전락
이제 선관위마저 코드화 나서
노골적인 親文 성향까지 추천
그러고 ‘공정 정의 개혁’ 운운


심리학에선 반(反)사회적 행동, 공감 능력과 죄책감 결여, 자기 통제력 상실, 극단적 자기중심과 기만 등을 사이코패스(psychopath)의 주요 특성으로 본다. 후안무치를 넘어 이성(理性)조차 잃은 것으로 보이는 문재인 정권의 전체주의 신(新)독재 행태에서도 그런 성향이 비친다. 반상식·반이성 고질(痼疾)이 정치적 사이코패스 수준이다. 헛구호가 되고 만 ‘공정(公正)’을 두고도 그렇다. 말로 외치고, 거꾸로 가면서, 공정하다고 우긴다. ‘내 편 국정’ 탓에 ‘나라가 니꺼냐’ 개탄이 유행어가 돼도, 혹세무민의 궤변을 더 늘어놓는다. 정신분열증적이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대통령 취임사는 헛말로 전락한 지 오래지만, 이젠 민주주의 그 자체이기도 한 선거마저 ‘내 편에 의한 관리’를 공정한 것으로 위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 중앙선거관리위원에 친여(親與)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간부 출신의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가 시대정신’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여러 차례 올렸고, 문 후보 지지 교수 모임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박원순 후보 당선이 유력한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그는 ‘다 함께 기뻐하기 일보 직전.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합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라고 썼다. ‘위선의 대명사’로도 불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감싸며, 지난해 9월 언론 기고문을 통해서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고, 하나의 위선이 또 다른 위선을 공격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 사태가 몹시 언짢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 발표를 ‘놀랄 만한 개그’라며 조롱·부정했다. 지난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천안함에 대해) 정부 의견을 수용한다” 등으로 일부 말을 바꿨으나, 진심으로 보긴 어렵다. 여당 의원이 “트위트나 SNS 글이 양심에 따른 건가” 하고 묻자 “다소 희화화한 표현을 써 가볍게 발언한 적은 있지만, 양심에 따라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관위원의 가장 필수적인 자질은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라고 한 서면답변도 ‘국회 표결 통과용 수사(修辭)’로 볼 수밖에 없다.


선거관리의 실질적 총괄 책임자로, 1명뿐인 상임위원도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조해주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를 밀어붙였다. 그는 2017년 대선에서 문 후보 ‘선거특보’로 이름이 올랐다. “행정착오”라는 그의 주장이 설령 사실이더라도, 문 대통령이 ‘내 편’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굳이 임명을 강행했을 리 없다. 야당이 “민주주의 파괴”라며 국회 인사청문회 개최부터 거부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으나, 문 대통령은 아랑곳없었다. 입법부·사법부까지 ‘정권 부속기관’과 다름없게 만든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이, 내년 4월 7일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3월 9일 대선을 관리할 선관위도 대놓고 ‘코드화’에 나선 형국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대동하고 입장해 “권력기관 개혁은 공정과 정의로움을 위한 기본이다.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진척을 이루고 있다. 이제 법제화만 남았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 정권 인사들의 권력형 범죄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 조직을 바꾸고 ‘인사 학살’까지 자행했다는 비판엔 귀를 닫고, 그것이 ‘공정’ ‘정의’ ‘개혁’인 것으로 둔갑시킨 셈이다.

그 이틀 전에 청년의 날 기념사에서는 “공정은 촛불 혁명의 정신이며, 다 이루지 못할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다. 청년 눈높이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되려면, 채용·교육·병역·사회·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체감돼야 한다”며 ‘공정’ 단어를 37번 언급했다.

아들 군(軍) 복무 시절의 특혜·압력 의혹, 정치 후원금 불법 사용 혐의 등의 정황이 더 구체화하는 추 장관 사태에 대해선 침묵했다. 추 장관이 “아들이 참으로 고맙다” 운운의 상식 밖 언사 등으로 국민 분노를 더 키웠어도, 문 대통령은 사실상 편을 들어주며 ‘공정’을 거듭 외친 것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차마 글로 옮기지 못할 험한 말들도 시중에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나마, 문 대통령부터 더 늦기 전에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