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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競爭은 생명체 숙명이다 - 박용성 회장

Joyfule 2014. 3. 2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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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競爭은 생명체 숙명이다

 
입력 : 2014.03.19 05:51

'능력껏 일하고 필요만큼 분배' 共産 이론 동조자 잔존 측은해
평가 거부 교사들도 같은 논리… 재화·서비스 質은 경쟁이 결정
사회보장이란 公正 기회 주고 弱者·敗者 일어서게 해주는 것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
소치 동계올 림픽의 성화(聖火)가 꺼진 지 한 달이 돼가지만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감동적 장면은 아직도 온 국민의 눈에 선하다.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면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되어 가슴 뭉클한 감동과 함께 기뻐하고 환호했다. 그런데 올림픽이 참가에 의의가 있으니 승부에 관계없이 그저 경기만 치르고 끝나는 것이라고 해도 모든 국민이 이렇게 열광할까?

모든 생명체는 경쟁을 통해 생존한다. 동물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형제를 밀치면서 어미젖을 더 먹으려 하고, 광합성을 해야 하는 식물은 햇빛을 더 받기 위해 키 크기 시합을 하고 주변에 다른 식물이 번식하지 못하게 훼방을 놓는다. 사람은 동물이나 식물같이 약육강식(弱肉强食), 적자생존(適者生存)까지는 아니지만 태어나서부터 죽는 날까지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생존경쟁이 과학적인 이론으로 정립된 것이 1859년 찰스 다윈의 '종(種)의 기원'이라고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투쟁해야 하는 그 자체가 경쟁이었으니 경쟁의 역사는 생명체가 생겨난 때부터가 아닌가 한다.

경쟁은 인간 사회에서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이를 부정하는 이들도 있다. 경쟁이 인간성을 파괴하고 불신하게 만들며 삶을 피폐하게 한다면서 '경쟁 없는 사회'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비교하지 않으면 우열이 가려지지 않으니 인간 사이의 경쟁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경쟁이 없어져야 조화를 이루어 골고루 잘사는 사회가 된다는 논리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능력만큼 분배받는 것이 자본주의고,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받는 것이 공산주의이다. 능력의 총량보다 필요의 총량이 커지면 망하는 것이 공산주의 사회이며, 그 결과로 그런 집단은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는 경쟁은 발전을 위한 촉진제가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받는다는 비현실적 주장을 아직도 되새김질하는 이들이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발상은 교육 현장에도 있다. 학교에 들어가면 성적이 경쟁의 지표가 된다. 그런데 성취도를 확인하여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학업 성취도 검사를 부정하고, 여기에 의도적으로 불참하려는 일선 교육자들을 보면 과연 그들이 진정한 교육자인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 현상은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 일류 대학조차 취업에 불리하다며 성적을 정형하거나 세탁해준다. A학점을 받은 학생이 80%가 넘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이 역시 비교와 경쟁을 회피하거나 왜곡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경쟁 없는 사회를 부르짖는 이들은 과잉 교육의 해결책으로 대학 평준화를 주장한다. 과연 대학 평준화가 이루어지면 학업 경쟁이 없어질까? 과거를 돌아보면 학교 간 경쟁을 외면하고 모든 학교를 평준화하기 위한 정책들은 결국 공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했다. 공교육만 믿어서는 대학 진학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대거 사교육 시장으로 몰리는 바람에 오히려 사교육이 공교육을 지배하는 기형적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나라 역시 힘들게 공부하여 대학에 진학해도 경쟁이 없어지지 않는다. 취업 준비생들이 희망하는 '신(神)의 직장'이나 '신(神)도 부러워하는 직장'은 1년에 3만명 정도 채용한다. 그러나 대학 졸업자는 이보다 10여배는 많다. 이 경쟁을 뚫기 위해 피눈물 나는 스펙 쌓기 전쟁이 치열하다. 그런 경쟁을 뚫고 직장에 들어와도 정년까지 순탄한 직장 생활과 승진, 금전적 보상이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이때부터는 또 다른 방식의 생존을 위한 경쟁이 시작된다. 어찌 보면 수요는 늘 제한적이고 공급이 과다하니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쟁의 결과로 소비자들은 값싸고 질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받게 되며, 이것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국가 경쟁력의 발판이 되는 것이다.

3000명을 뽑는 2014년 9급 공무원 시험에 20만명 가까운 경쟁자가 몰렸다고 한다. 환경미화원 채용 경쟁률도 높게는 40대1까지 치솟는다. 이래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고 무한 경쟁으로 적자생존 법칙을 철저히 따르자는 것은 아니다. 부당한 경쟁에는 철퇴를 가하고 공정한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사회보장제도이다. 이를 통해 약자를 보호하고, 그들이 다시 자립할 기회를 제공하여 건전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 주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경쟁은 생존하기 위해서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어릴 때부터 선의의 경쟁을 가르치려는 기성세대의 의식이 절실하다.
 
박용성 | 중앙대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