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眠을 위하여 - 김춘수 不眠을 위하여 안녕, 간밤은 잠을 설쳤다. 잠을 설쳤으니 꿈을 보지 못했다. 뜬 눈으로 밤새 가도 가도 꿈이 보이지 않았다. 시인이여 안녕, 안녕이 새가 되어 날아간다. 그 말의 죽지가 보이는 동안 또 한번 안녕, 어쩌랴 오늘 밤도 잠은 오지 않으리 시인이여, 시 : 김춘수 음악 : In My Dreams - Berlin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07.14
당신의 웃음 - 김진악 당신의 웃음 - 김진악 우리 마을 앞 언덕에 초가 한 채가 있었다. 이 땅에서 일본 사람들의 그림자가 사라진 다음 해 봄이었다. 그 지붕에 난데없이 대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꽂혀 있었다. 가끔, 그 집 싸리나무 울타리에서 새어나오는 찬송가 소리가 아지랑이처럼 온 마을에 울려퍼졌다. 교인이라야 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07.13
푸른밤 - 나희덕 푸른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07.11
길 이야기 - 신경림 사진 : 요세비님의 작품 길 이야기 - 신경림 생각해 보면 내게는 길만이 길이 아니고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이 길이었다. 나는 그 길을 통해 바깥 세상을 내다볼 수 있었고 또 바깥 세상으로도 나왔다. 그 길은 때로 아름답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07.10
사랑의 소스 있는 부부 - 이응윤 *♡ 사랑의 소스 있는 부부 ♡* 이응윤 깨어지지 않는 참 아름다운 사랑의 영상은 지금, 사랑의 소스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가슴으로 점하나 까지 살피는 묶음으로 있어야 할 자리를 저들이 살아서 지킬 수만 있다면 둘이서 그려놓은 일평생 밑그림을 모자이크하는 하루를 위해, 입맞춤으로 밤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07.09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황동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황동규 묻은 이슬방울까지 흘러내리다 꽃 뒷등에 잠시 동그랗게 멈춘 이슬방울까지 선명한 마당 함박꽃의 한창때를 그냥 모르고 지나쳤다. 벌들이 파고들어 꿀과 꽃가루를 온통 뒤집어쓰곤 했다. 꽃가루에 취해 갈 길 잊은 놈도 있었겠지, 제 이름이 꿀벌이라는 것도. 그럼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07.08
동행 - 윤경순 동행 - 윤경순 비 오는 밤 벚꽃나무 아래 쏟아지는 꽃비 맞으며 지나가는 차 발자국 소리마다 원망만 담았는 데 그것은 행복이었습니다 그리움이었습니다 자꾸만 멀어지는 당신의 길과 나의 길 같은 길을 만들려고 노력하며 힘들고 어렵게 여겼던 일들이 아득히 작게만 보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07.06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 용혜원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 용혜원 나로 인해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놀라운 축복입니까 내가 해준 말 한마디 때문에 내가 준 작은 선물 때문에 내가 베푼 작은 친절 때문에 내가 감사한 작은 일들 때문에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땅을 살아갈 의미가 있습니다. 나의 작은 미소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07.05
강 - 김용택 강 - 김용택 이 세상에 소리없이 흐르는 강물은 없다 강가에 나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서 발끝으로 땅을 친다 어디에나 해가 지고 발끝에 채인 흙속에서 서로 얽힌 흰 풀뿌리들이 들어난다 강물에서는 하얀 달빛이 부서지고 물을 보는 내 마음에서는 산들이 가만가만 흔들린다 삶은, 달이 지나가는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07.04
어느 날의 커피 - 이해인 어느 날의 커피 - 이해인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07.02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 류 시화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 류 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07.01
문을 여소서. 모윤숙 문을 여소서. 모윤숙 내 등불은 숲 속 깊이 당신의 문전을 비췹니다. 비바람이 일매 나 가슴은 초조하고 길은 나무 그림자로 흔들립니다. 임이여! 나의 사랑이여! 영광의 잔이 놓인 당신의 초암(草庵)안에 영원한 승리의 아침이 올때입니다. 일어나 파리한 이 여인의 생명을 건지소서 임이여! 월광에 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06.29
말 않고 그저 가려오 / 노천명 말 않고 그저 가려오 말 않고 그저 가려오 / 노천명 말보다 아름다운 것으로 내 창을 두드려놓고 무거운 침묵 속에 괴로워 허덕이는 인습의 약한 이들을 내 보건만 생명이 다하는 저 언덕까지 깨지 못할 꿈이라기 나는 못본 체 그저 가려오 호젓한 산길 외롭게 떨며 온 나그네 아늑한 동산에 들어 쉬라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