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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 내리는 - 조병화(趙炳華)

Joyfule 2008. 11. 28. 07:36
        가랑잎 내리는 - 조병화(趙炳華) 가랑잎 내리는 오후의 잡초원 같은 내 가슴에 실망하기 쉬운 엷은 마음을 내리고 흐린 날이 머물렀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이미 내 것이 아니올시다. 깊은 산중 검은 열매와 같이 남모르게 익어 가는 마음과 마음을 그대로 당신에게 안기기 위하여 우수수 가랑잎 내리는 내 우울이 가슴에 소리없이 고여들어야 했습니다. 당신은 깊은 내 어둠의 거울 밤이 내리면 나 호올로 이 지구 먼 한 자리 남아 있으면 별이 흐리다 개이고 별 처럼 나와 내가 님에 비춰듭니다. 님이여. 우모(羽毛)와 같은 님의 손으로 내 오랜 녹슬은 마음의 유리창을 열어 주십시오. 열린 유리창 안에 나와 가까이 오시어 나에 안겨 님의 비밀을 술술술 이야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랑을 가난한 나에게 담아 주십시오. 찬 겨울 눈 깊은 한밤중 온 인생이 소리없이 사라지면 검은 장갑을 벗고 아름다울수록 허전해지는 마음의 거울을 이렇게 빈 가슴에 비춰 보는 것을 님은 알으십니까. 행복은 내 것이 아니올시다. 충돌과 인내의 긴 인생을 세월에 수레를 몰고 청춘이 사랑이 사업이 모조리 지나간 빈 자국을 이렇게 둘둘둘 굴러내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님이여 보십시오 검은 밤 훨훨 타오르는 마지막 이 가슴의 불꽃 황홀해지는 내 거울에 비춰 이글이글 이글거리는 내 육체를 보십시오. 인생이 지나가면 회상이 남는다. 님이여 가랑잎 내리는 오후의 잡초원 같은 내 가슴에 영 흐리지 않을 마음의 겨울을 비춰 주십시오. 실망하기 쉬운 내 가슴에 영 타오르는 마음이 불꽃을 비춰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