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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 곽재구

Joyfule 2008. 11. 26. 10:54
        은행나무 - 곽재구 너의 노오란 우산 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개를 떨구기도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워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 추억을 읽어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없다 벗은 가지 위 위태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찍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