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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칼럼(16) 가시고기의 사랑

Joyfule 2009. 8. 7. 06:46

가정칼럼(16) 가시고기의 사랑


  몇 년 전에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가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가시고기는 특이한 고기이다. 엄마 고기가 알을 낳고 그냥 떠나 버리면 아빠 고기가 생명을 걸고 알을 지킨다. 그 후 새끼가 깨어나면 새끼는 아빠의 고생도 모르고 훌쩍 떠나버린다. 결국 아빠 가시고기는 스스로 바위에 머리를 박고 죽는데 그런 가시고기의 모습이 소설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어느 날, 한 가정의 10살 된 다움이에게 백혈병이 찾아온다. 그러자 부잣집 딸로 자란 엄마는 아이 곁을 떠난다. 결국 아빠는 혼자 아이의 병을 고치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병원비 문제였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 아빠는 양심을 파는 글을 써 보지만 뜻대로 안된다. 마침내 이 아빠는 자기의 신장을 팔기로 결정하고 병원에서 검사 받다가 자신도 이미 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는다. 결국 그는 각막을 팔고 한쪽 눈을 실명한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의 한 청년의 골수 기증으로 다움이는 골수이식 수술에 성공하여 살아나게 되지만 아빠는 쓸쓸하게 죽는다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그 소설에 나오는 다움이 아빠는 특별한 영웅이 아니다. 그 아빠는 이웃에 사는 평범한 한 아빠일 뿐이다. 자녀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반대로 철모르는 자녀의 부모 사랑도 때로는 대단하다. 한 초등학교 아이는 아버지 고생을 덜어드리고 싶어 보험금을 타려는 아버지 뜻대로 자기 손가락을 자르고 “강도가 그랬어요.”라고 했다. 흔히 부모의 자녀 사랑만 얘기하는데 철모르는 아이의 부모 사랑도 대단하다.


  저의 둘째 딸이 어렸을 때 그 손가락 자른 얘기를 듣고 “정말 자녀들이 부모를 위해 그럴 수 있을까?” 궁금해서 내가 둘째 딸에게 끔찍한 장난을 했다. 배가 고파서 괴로운 표정을 하면서 둘째에게 말했다. “한나야! 아빠가 너무 배가 고파! 네 손가락 하나만 잘라 줄래?” 그러자 한나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눈물을 머금고 잘라먹으라고 손을 저에게 내밀었다. 그 슬픈 표정이 얼마나 안됐는지 제가 곧 딸을 꼭 껴안아 주면서 말했다. “한나야! 아빠가 장난 한 거야. 한나의 손가락 하나도 아빠에게는 지구 전체보다 소중해!”


  맨 정신으로는 우주를 준다고 해도 제 아이 손가락 하나 잘라줄 수 없다. 그렇게 소중한 존재가 우리 자녀들이고 우리의 가정이다. 이제 ‘가시고기의 사랑’으로 무장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길로 새롭게 나서보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