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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증(歸巢症) - 차윤환

Joyfule 2010. 2. 10. 10:09
      귀소증(歸巢症) - 차윤환 오리가 새끼를 데리고 섶다리 쪽으로 가는 동안 그 위를 지나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 옷깃 스치는 일이 하도 수월해서 덩치보다 눈이 더 큰 치어(稚魚)들이 개여울의 급한 물살도 수월하게 넘는다. 해질 무렵 늙은 느티나무가 그늘을 말아 올려 수척한 조각달이 다리 난간에 걸린다. 만 가지 시름 품고 흘러도 깊이가 가늠되는 강물은, 또 얼마나 미더운가! 격랑에 떠도는 것이 매번 생사의 갈림길인데도 무던히 잊고 지나온 해안에 물보라가 인다. 단맛에도 우는 척, 쓴맛에도 웃는 척 속도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수평선 너머 아무 데나 몸 풀 수 없는 수태의 몸무게로 아가미 간간한 소금기 털어내고 물살에 몸 비비며 산통 앓는 연어 떼. 물풀 곤히 잠든 수면 아래로 거슬러 오를수록 민감해지는 입덧 바다를 길게 주름잡던 폐활량도 줄어들고 풀린 동공 안쪽이 허전해 빨려 들어가는 모천(母川). 입술 지긋이 깨물어 꼬리 치면 가렵던 꽃반점 붉은 탯줄로 열리고, 무량의 침목 위 굼뜬 밤 열차는 어둑발 잠기는 물안개 속으로 종일 삼켜온 멀미를 쉬엄쉬엄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