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욱의 명랑笑說]
국제시장·연평해전 이어 인천상륙작전도 비아냥…
지금 이 땅의 사람들과 너무 동떨어진 역사 인식
TV 명화극장 예고편에서 그는 검은 뿔테에 절대 거짓말 안 할 것 같은 건조한 말투로 이렇게 끝을 맺었다.
"놓치면 후회하실 겁니다." 절대 후회할 수 없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좀 있으면 보석이 나타난다는데. 그 달콤한 협박에 졸린 눈을 비벼가며 새벽 두 시까지 TV 앞에 앉아 있었다.
예고편과 본편이 항상 맞아떨어졌던 건 아니다. 가끔 이건 좀 아닌 거 같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영일이 추천한 건데 하면서 끄덕끄덕 넘어갔다. 그를 좋아했던 건 정영일이라는 사람이 따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개떡같이 만든 영화라도 그는 어떻게든 좋은 구석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그래도 조연들의 연기는 볼만합니다" "음악은 제법 들을 만하네요" 그는 영화를 사랑했다. 대중은 그런 그를 사랑했다.
키노는 차원이 달랐다. 생판 처음 들어보는 남미영화 특집을 하지 않나 60년대 일본 영화감독의 전 작품 리뷰를 싣지 않나 하여간 목차부터 사람을 주눅 들게 했다(무식은 죄다. 죽어랏!). 무협지를 방불케 하는 고색창연 문어체의 향연을 우리는 키노체(體)라고 불렀다.
지금 와서 그 필체를 논하라면 '저도 모르는 소리를 방언처럼 지껄여대는 허언증'이라고 정리하고 싶지만. 평론가들의 몰락은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그리고 DVD에 별 정보가 다 담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지식이 상식이 되었다. 그래도 평론가들의 글을 자주 읽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평론가라는 분들이 이상해졌다. 평론이 아니라 취향 고백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고생하고 희생한 아버지들의 이야기 '국제시장'에
"술술 흘러간다. 그렇다고 술술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딴죽을 걸었다.
피눈물 나는 응전의 기록 '연평해전'을
"130분 예비군 안보훈련"이라고 짓밟았다.
'인천상륙작전'에는 아예 작심을 하고 달려들었다. 평점이 10점 만점에 높아야 넷, 적으면 둘이었다.
이건 할리우드 삼류 액션물에도 안 주는 점수다. 평점만 짠 게 아니었다.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인천상륙작전'에 퍼부은 이들의 포화는 다음과 같다.
"2016년판 똘이 장군", "멸공의 촛불", "겉멋 상륙, 작렬", "리엄 니슨 이름 봐서 별 한개 추가", "시대가 뒤로 가니 영화도 역행한다", "반공주의와 영웅주의로 범벅된 맥아더에게 바치는 헌사"
이렇게 읊으신 분들은 자기들의 아버지, 어머니가 목숨 걸고 지킨 이 나라가 너무너무 싫은 거다.
1948년 8월 15일에
태어난 대한민국은 올해 예순 여덟 살이 되었다.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역사 인식도 나이와 엇비슷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 평론가 분들은 어디서 따로 살다 왔는지 인지 발달이 여전히 1948년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애들에게는 애들 말투로 말해야 알아듣는다.
가령 이런 식으로. "오구 오구 화났떠염? 그러니까 애들은 어른 영화 보지 말고 뽀로로나 보세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