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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열정보다 아름다운 의지 - 최복현

Joyfule 2017. 5. 30. 09:52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열정보다 아름다운 의지 - 최복현  
    지리산, 성삼재에서 출발해서 천왕봉을 넘어 중산리나 박무동으로 하산하거나, 
    그와는 반대로 백무동이나 중산리에서 출발해서 천왕봉을 넘어서 성삼재까지 
    하루에 걷기를 당일종주라고 합니다. 
    산길로만 거의 40키로에 달하는 이 길을 하루에 걸으려면 제법 힘이 듭니다. 
    새벽 네 시에 출발해서 꼬박 열 시간 내지 열두 시간을 걸어야 하니까요. 
    말로는 간단하지만 그 사이에 많은 봉을 넘어야 합니다. 
    섬삼재에서 출발한다면 노고단, 토끼봉, 형제봉, 영신봉 등 1500여 미터가 넘는 
    고봉들을 여럿 넘어야 하고, 한 봉을 넘으려면 5-6키로는 걸어야 합니다. 
    그걸 하루에 걸으려면 단순히 체력으로만 안 되고 의지를 갖고 걸어야 합니다.
    처음 출발할 때에야 별 어려움이 없을 것 같지만 한나절을 걸어서 
    3분의 2를 넘었다고 생각할 즈음부터 무척 힘에 겹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마지막 오르막인 천왕봉을 오르려면 다리가 내 다리 같지 않습니다. 
    반대쪽에서 온다 해도 화개재에서 노고단까지 오르려면 있는 힘을 다 짜내야 합니다. 
    그럴 때면 내가 왜 이것을 해야 하나 참 쓸데 없는 짓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다리도 늘어지고 몸도 늘어질 대로 늘어지면 마음도 늘어집니다. 
    이때부터는 체력이나 몸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의지로 걸어야 당일종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습니다.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지리산 당일종주입니다.
    우리 삶도 간혹 그럴 때가 있습니다. 
    뭔가를 하다가 힘에 부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힘에만 부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도 소진되어 용기마저 상실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소진 상태에서 일어서려고 해도 몸이 말을 안 듣습니다. 
    몸이 말을 안 들으니 마음도 슬슬 회피를 시작합니다. 
    넌 그럴 나이가 되었어, 그건 무리였어, 무리하지마, 인생 뭐 있어, 
    그렇게 살다가 잘못되면 지금 하는 일이 무슨 소용 있다고, 그냥 포기해, 
    그게 현명한 거야, 이렇게 수없이 많은 마음의 소리들이 
    나를 위로하는지 초를 치는지, 용기를 잃게 만듭니다. 
    그럴 때엔 열정은 어디론가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그 자리를 무사안일이 차지합니다. 
    그때부터 사람은 한 순간에 부쩍 늙습니다. 
    맥이 빠지면서 삶의 의욕도 사라집니다. 
    매사에 자신감도 없어지고, 꿈도 사라지고, 의욕상실에 빠집니다. 
    마치 지리산 당일종주 중에서 중간을 넘어선 어느 지점에서 포기하고 싶은 때처럼, 
    마라톤에서 반환점을 돈 어느 지점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처럼, 소진증후군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