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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는 즐거움 - 박어진의 좌충우돌 갱년기 보고서

Joyfule 2012. 5. 26. 08:36

나이 먹는 즐거움 - 박어진의 좌충우돌 갱년기 보고서 / 박어진 (지은이) | 한겨레출판

 





50대 여성의 현실과 그 이후의 노년의 삶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다. 아내이자 대학생 딸과 고 3 아들을 둔 엄마인 지은이는, 오십이 넘어 28년간의 월급쟁이 생활을 마감했다. 이어 완경과 함께 찾아온 우울증. 갱년기 타파를 위해 그녀는 돌파구를 찾았다. 라틴 댄스를 배우러 다니고, 이주여성노동자센터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면서 새로운 인생 후반전을 시작한 것.

그리고 나이 듦과 가족, 여성 등의 주제로 한 이 책을 통해, 마흔 이후 여성의 행복한 삶을 위한 길잡이를 제시한다. '행복한 후반전'을 맞이하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행복해지라고 말할 것. 중년을 통과하는 이들에게는 스스로를 치유하며 보듬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건네며, 독립적인 삶을 사는 방법 그리고 주변의 친구 지인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안내한다.

가족들과 오밀조밀 싸우면서 조화롭게 사는 법 또한 강조한다. 가족은 함께 나누면서 성장해나간다는 것을 저자 자신의 경험에 비춰 보여준다. 더불어 직장에서의 은퇴를 넘어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생활 속에서 나눔과 여성 연대를 실천해나가자고 제안을 하며,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준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갱년기를 계기로 조금씩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보는 것, 자연스럽다. 안 하던 짓을 해보는 게 정상. 남편과 부모와 아이들을 떠받들고 섬기던 시대가 조금씩 지나고 있음을 직시하면서 자신의 욕구에 정직해지는 갱년기. 바로 우리들의 행복한 전환기여야 한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이 우주는 아무 의미가 없다. - 1부 '삶의 무대에선 날마다 주연' 중에서

저녁 밥 짓다 말고 살사 스텝을 복습하는 늦깎이 댄서 지망자, 갱년기 우울증 치료를 중단하고 자서전 쓰기에 착수한 월급쟁이 아짐씨, 전업주부에서 뒤늦게 사회복지관 파트 타이머 일자리를 얻고 생애 최초로 자기 이름의 은행계좌를 갖게 돼 흥분한 김 아무개, 나 홀로 해외 배낭여행을 꿈꾸며 적금을 붓는 윤씨 부인, 바로 내 친구들과 나의 중년의 초상이다. - 2부 '중년의 초상' 중에서

50대 개인의 삶의 속도는 30대와 40대의 그것과 달라야 할 것 같다. 결혼과 아기, 그리고 가정을 남부럽지 않게 유지 관리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날들, 나를 짓눌러온 모범 답안의 강박을 이제는 좀 벗어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그 외 온갖 역할의 의무 책임으로부터 약간 헐겁게 자신을 해방시켜도 민족과 국가 앞에 부끄럽지 않은 것 아닐까? - 3부 '가족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중에서

여생이란 없다. 살아 있는 모든 날의 시제는 현재진행형이다. - 4부 '가족, 감격 시대' 중에서

내 스스로 하나의 견본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부터 내 쓸모는 내가 결정한다. 월급 주던 직장이 강제하던 임무가 아니라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내고 수행하는 기획 능력을 갖게 될까? 숨어 있던 잠재 능력을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겠지.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유능할지도 몰라. 반드시 겸손해야 할 만큼 잘나지도 않았으니 지난 50년과 전혀 다르게 살아보겠다는 내 야심, 달성 가능할 것 같다. - 5부 '하루하루를 파티처럼' 중에서



박어진 - 친구들과 맛있는 밥집에서 밥 먹는 게 취미였던 월급쟁이. 나이 오십에 덜컥 맞은 완경과 퇴직으로 인한 우울증을 앓으며 갱년기로 진입했다. 나이 드는 게 겁나지 않을 그런 왕언니 모델을 찾아 헤매다 스스로 모델이 되기로 결정했다. 미등록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출산을 지원하는 도우미로 나선 적도 있다. 나이 쉰셋에 신입 사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직장에서 현재 진땀을 흘리는 중이다. 오십 이후에는 조금 더 괜찮은 인간으로 숙성 발표 중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예쁘고 명랑한 할머니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이 책이 행여라도 뭔가 한 수 가르치겠다는 책을 오인받지 않길 바란다. 그저 한 아짐씨의 좌충우돌 갱년기 보고서 비슷한 걸로 읽어주길 바랄 뿐. 여성이라면 누구나 폐경을 겪게 된다. 이 생애의 한 시대를 스산한 전환기로 견뎌낼 것인지, 스스로 디자인한 갱년기 프로그램으로 맞이할 것인지는 각자 결정한다. 요즘 말하는 '인생 2모작'이 굳이 제2의 돈벌이 커리어와 연결되지 못하면 어떤가? 각자 형편껏 제 깜냥대로 살면 될 걸.

인생에 무슨 모범 답안이 있겠는가? 정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닐 게다. 지그재그면 어때? 재미나게 살다 가자. 한바탕 잘 놀다 가자. 무슨 위대한 업적을 쌓는 경우가 아니라면 웃으며 살다 가자. 하루하루를 잔치처럼 살자. 오늘 우울하다면 조금씩 스스로 체질을 바꿔보길 강추한다. 잔치 체질로 말이다.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행복의 구실을 찾자. 행복에 대한 감수성 훈련을 자율 학습으로 하잔 말이다.

이렇게 잘난 척 하는 내 장래 희망이 뭐냐고? 명랑 할멈. - 박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