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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진리

Joyfule 2012. 12. 31. 17:43

 

 

▲<단단한 진리>.
단단한 진리

필립 얀시 | 포이에마 | 360쪽 | 13,800원

 

 

<단단한 진리>는 필립 얀시가 지난 1982년 <Open Window>라는 이름으로 펴낸 책을 전면 개정·확장(Revised and Expanded)해 30년 만에 재출간한 책으로, 영어판보다 한국어판이 먼저 나와 화제가 됐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특별히 첨가했다.

 

서문에서 얀시는 “한국교회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브라질과 필리핀처럼 교회가 사회가 ‘허니문’을 즐기는 곳들, 체코나 덴마크처럼 ‘이혼 국면’에 처한 국가들, 미국처럼 ‘원숙한 결혼’ 수준에 이른 나라들 가운데 어느 지점쯤 와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 “규모가 크고 사역이 활발하기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교회들이 즐비하고, 진지하고 사려 깊게 신학을 연구하는 세미나들이 줄을 이으며, 예배음악은 아낌없이 갈채를 보낼 만큼 전문적이고, 기독교 서적들도 꾸준히 팔려나간다.

하지만 과연 다음 세대에도 똑같은 열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런 점을 감안해 그는 크리스천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부닥치게 마련인 인류가 겪는 고통과 자유의 한계,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방식 따위의 문제들을 1부에서, 세계의 온갖 긴급한 문제들에 교회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으며, 반응해야 하는지를 2부에서, 한국의 작가와 예술가들이 믿음을 표현하는 가이드라인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몇 인물들을 3부에서 각각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총 13편의 글에 앞서 얀시는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세상에 끼친 영향 가운데 상당 부분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미국을 직접 여행해 보면 이런 현상의 이면에 예수님의 가르침을 신실하게 따르려 노력하는 반문화적 크리스천들이 있다”며 “한 시대가 채 가기도 전에 영적·경제적 기적을 체험하는 축복을 누린 한국 크리스천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심정으로 서구 크리스천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감 없이 기록했다”고 전했다.

 

책에서 저자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상황을 통해 무고한 이들이 희생당하던 그때 하나님은 어디에 계셨는지를 질문하면서 잊어서는 안될 교훈을 찾은 다음, “그리스도는 사로잡힌 자들을 해방시키고 매인 자들에게 자유를 주시려 지구라는 수용소에 들어오셨으며, 그 뜻을 이루라는 사명을 주시고 하늘로 올라가셨다”고 이야기한다.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예수께서 부탁하신 이 임무가 얼마나 소중한 프로젝트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그 막중한 교훈을 ‘역사 교육’쯤으로 간주하면서 책임을 회피해선 절대 안 된다고 설파한다.

 

필립 얀시는 이처럼 ‘하나님이 전능하고 선한 분이라면 왜 당장 내게서 이 고통을 가져가지 않는가’와 같은 실존 밑바닥에서 솟구쳐 오르는 물음부터, 리처드 도킨스처럼 생물학적 다윈주의로 무장한 신(新)무신론과 도덕적 상대주의의 도전, 기독교 신앙의 실천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문제들까지 건드리고 답한다. 모호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곧장 핵심으로 돌진해 허술한 논리와 위선 대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저널리스트다운 ‘단호한’ 내용에 대비되는 한국어판 제목의 ‘모호함’은 다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