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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德)과 원한(怨恨)의 차이

Joyfule 2005. 6. 30. 01:08
 
<덕(德)과 원한(怨恨)의 차이>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에게 신세진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하십니까? 
아니면 여러분이 신세진 분을 더 오래 기억하십니까? 
사람의 도리로 친다면, 
그야 내가 신세진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당연한 듯 말하겠지요. 
그러나 프랑스의 명상가로 인간의 내면을 가장 예리하게 표현한 바 있는 
'라 로슈프코'의 말에 의하면 인간은 자기가 신세진 사람보다는 
자기에게 신세진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합니다. 
인간이 자기가 신세진 사람보다 
자기에게 신세진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한다는 것은 
곧 인간이 덕을 남기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며, 
인간은 그만큼 공치사가 심한 존재임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한 세상 살다 가는 것, 그 동안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옛날 중국에 중이(重耳)라고 하는 불우한 재사(才士)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젊어 한때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구걸할 때 
견딜 수 없는 수모를 당하곤 했습니다. 
그가 조(曹) 나라를 찾아갔을 때 조왕(曹王)은 
중이(重耳)의 갈비뼈를 구경삼아 보며 시시덕거렸습니다. 
그러나 중이는 이를 악물며 그런 수모를 참고 견뎠습니다. 
그 자리에는 이부기와 숙첨이라는 두 신하도 함께 있었습니다. 
구경을 마치고 중이가 물러가자 숙첨은 조왕에게 말하기를, 
"중이는 비범한 사람인데 그런 수모를 당했으니 보복하려고 할 터인즉, 
아예 죽여 후환을 없애버리소서." 
하고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조왕은, 
"그까짓 녀석이 뭐 그리 큰 일을 하겠느냐?" 고 
숙첨의 말을 비웃어넘기고 말았습니다. 
그 날 이부기는 집에 돌아오자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그는 중이가 언제인가 큰 인물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기에게 보복이 올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연을 들은 이부기의 아내는 좋은 음식과 패물을 싸서 
은밀히 중이에게 보냄으로써 뒷날에 대비했습니다. 
중이는 보물을 가져온 사람에게 두 번 절하고 음식을 받았지만 
패물들은 되돌려 보냈습니다. 
과연 중이는 어둡고 괴로운 3년의 세월을 보낸 뒤 
진(晋) 나라를 세우고 그 왕이 되자 조(曹) 나라로 쳐들어갔습니다. 
조 나라에 대승한 중이가 내세운 강화 조건은 숙첨의 목이었습니다. 
조 나라가 중이의 군대에 무참히 짓밟히는 동안에도 
이부기의 집안은 물론 그 집에 피난 온 7백여 가구도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부기를 약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숙첨을 눈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록 이부기가 중이에게 대접한 것은 음식 한 상에 지나지 않지만 
덕(德)이란 그렇게 눈덩이처럼 크게 부풀어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주는 있으나 불우하게 지내는 청소년들에게 
덕을 베푸는 것보다도 확실한 투자는 없습니다. 
나중에 그 소년에게 꼭 무슨 덕을 보자는 것도 아니라 하더라도
라 로슈프코의 말대로 그 아무개가 옛날 나에게 신세진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대가는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