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브레이너드 생애와 일기> 조나단 에드워즈 저, 김보람 역, 좋은씨앗 펴냄, 2009년, 424쪽, 1만 4500원.

 
세상 살기 어렵다고들 한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재래시장의 생선 파는 아줌마까지. 이생애서는 진정한 행복도 영원한 기쁨도 없음을 꼭 신자가 아니더라도 살다보면 반드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고통이 찾아올 때엔 길고 긴 한숨 속에 죽기부터 사모한다. 수많은 인생들이 차라리 죽음을 사모할 만큼 세상은 살기 좋은 곳만은 아니다.


데이비드 브레이너드. 그도 역시 죽음을 사모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죽음을 사모한 이유는 분명히 달랐다. 그는 종종 찾아오는 우울증과 영적교만, 영적침체, 무기력감, 죄책감, 질병과 같은 죽음의 속성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연약한 육신의 한계에 갇혀 거룩하신 영광의 하나님을 언제나 그리고 진실로 충만하게 바라보고 힘써 충성할 수 없음에 대하여 깊이 탄식했다. 그는 세상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죽음을 사모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면 거룩한 영광 중에 하나님을 영원히 섬길 수 있게 되리라 확신했다. 주님과의 완전한 동행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죽음을 사모했던 믿음의 사람이었다.
 
< 데이비드 브레이너드 생애와 일기>는 내용 면에 있어서 살짝 지루함마저 느낄 수 있는 책이다. 1~100쪽 일기와 100~200쪽 일기, 200~300쪽 일기와 300~400쪽 일기가 사이사이의 특별한 사건을 빼면 매일이 마치 그의 생각과 감정을 복사해 놓은 것처럼 지루하리만치 반복되는 것 같다. 그러나 가끔씩 느껴지는 지루함의 원인은 일기 속에 담긴 데이비드 브레이너드의 생애를 신앙으로 민감하게 동행하지 못하고 단순히 육신의 눈으로 어설프게 따라간 탓에 있었다. 400여 쪽을 읽어가며 후반부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것은 반복되는 데이비드 브레이너드 인생의 단순함 때문인 것 같다. 그 단순함이란 그의 인생이 알차지 못하다는 뜻이 아니라 인생의 방향이 오직 한결같이 한 방향을 향해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책을 읽을 때 느꼈던 양념 같은 지루함은 마지막 쪽이 가까워 올수록 그의 열정적인 생애를 겨우 문자적으로 읽어 내려갔던 나의 부끄러움으로 바뀌고 이내 위대한 믿음의 거장에 대한 진심어린 존경심과 경외감까지 생긴다.

세상이 보기에는 지루하게 느낄 만큼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해서 살았던 그의 생애다. 기도와 말씀과 금식과 복음 전파와 자기 성찰이 호흡처럼 반복되는 그의 일기를 보면 그에게 있어서 하늘에 속한 자원들은 단순하고 지루한 것이 아니라 생명이요, 전부였다.

그러나 29세의 생애를 산 브레이너드는 그 짧은 인생동안 결코 쉬운 삶을 살지 않았다.     창공 높이 올라가는 독수리처럼 끝없이 하나님의 영광과 거룩을 목말라하며 그러한 영광을 죄 많은 이 세상에서 맛보기를 원하는 소망이 있었지만 이 땅에서는 그 소망이 온전히 이루어질 수 없다는 한계를 탄식하며 고뇌하며 천국을 그리워했다.  

오늘날 이 세상에서 "Soli Deo Gloria!"(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를 실천하며 사는 그리스도인을 찾아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겠다. 기독교인들이 국가의 기둥이 되어도 공의와 사랑과 정직과 진리는 찾아보기 힘든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세상을 정화시키는 교회조차도 부정과 부패 기사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서글픈 이 나라의 현실을 보며 과연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고뇌하지 않을 수 없다. 늘 예수와 같이, 그리고 예수를 좇은 믿음의 선진들같이 불꽃같은 인생을 살리라 늘 다짐하지만 세상을 주도하기보다는 세상 물결에 휩쓸려가는 우리들.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기보다 영향 받는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 우리의 신앙은 자꾸만 보기 좋고 세련된 것만을 추구한다.

그러나 분명히 이 책에서 보이는 데이비드 브레이너드의 인생은 거품이 없다. 브레이너드의 삶은 기도의 삶이었고 그의 기도는 생명의 호흡이었다. 그리고 그의 주식은 금식이었다. 그는 복음을 위해 피를 토하며 생명의 길을 걸었다. 한마디로 그는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진리의 목표를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는 완전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쓰러지고 넘어져도 다시 하나님을 붙잡고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달려갔다. 하나님을 향한 충만한 사랑이 동인이 되어 어떠한 역경과 고난도 헤치며 천성을 향해 한걸음씩 전진해 나갔다.
 
예수님은 33년 사는 동안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해 호흡하다 하나님의 뜻만을 바라보며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 여기 그 분, 예수님과 같은 삶은 살았던, 29년 5개월 19일을 불꽃처럼 타다가 사라져 간 젊은이가 있다. 짧은 인생을 마친 브레이너드, 그는 예수의 분신, 작은 예수였다. 데이비드 브레이너드는 분명히 믿음의 사람으로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무엇을 위해서,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본을 보여 주었다. 그는 그의 삶을 통해 훌륭한 이정표를 남겼다.

 

그는 하나님을 위해서 사는 목표가 바르고 뚜렷한 사람이었고, 늘 시뻘건 풀무불에 단련된 쇠와 같이 죄에 물들어 가려고 하는 자신을 정련하는 수고와 아픔을 회피하거나 그치지 않았던 회개의 사람이었다. 부흥의 사람, 조나단 에드워즈 역시 그의 신앙과 삶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도록 복음을 위해 젊음을 불살랐던 그는 분명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스도인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귀한 귀감을 보여준 훌륭한 모델이요, 믿음의 선배임이 틀림없다.

 

부활의 주,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좇는 순교자의 피 값으로 세워진 교회조차 믿음과 복음의 능력을 상실해 가고, 거대한 세상의 탁류를 거슬러 살지 못하는 수많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쩍쩍 갈라져가는 건조한 심령의 소리에 그의 생애의 기록은 분명 단비의 메시지이다. 

하나님과 동행했던 에녹처럼 기도로 하나님과 동행하며, 금식을 통해 경건으로 배를 채웠던 그의 영성은 분명히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본받아야 할 영성이다.

 

<데이비드 브레이너드 생애와 일기>에는 하품하며 신앙생활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반드시 찾아야 할 잃어버린 생명력을 일깨우는 진주가 들어있다. 이 책은 입으로는 '복음으로 충분합니다'라고 외치지만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 이외에 다른 자극적인  것을 분명히 찾고 있는 부끄러운 신앙인들의 기름을 빼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