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토양
빛과 소금 리더십 칼럼 / 한 홍 한동대 겸임교수
농부의 심정으로 세우고 함께 지는 풍토 세워야
1979년, 지금은 고인이 된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 네모도 리쿠오는 만년 하위 팀이던 세이부 라이언스를 인수, 명감독 네모도를 초대 감독으로 영입하였다. 그는 막대한 투자로 우승의 꿈에 들떠있던 구단주에게 우승하려면 적어도 5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먼저 라이언스 팀이 투·타의 핵이 될 대형 선수를 키워야 하고, 선수들의 성향을 파악해 이끌어갈 코칭 스태프를 키워야 하고, 이들과 조화를 이룰 구단 프런트의 전문 인력을 조직해야 함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리고 곧바로 팀을 정비했고 세이부 라이언스는 네모도가 약속한 것보다 1년 빠른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때 네모도의 우승 소감이 걸작이었다. 이번 우승은 운(運)이다. 내년부터가 진짜 실력으로 따내는 우승이다.”
이후 세이부는 리그 우승 13차례, 일본 시리즈 우승 8차례를 차지했다. 네모도는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는 고액 연봉 선수를 무조건 끌어들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 능력 있는 인재를 발굴해 토양을 갖추고 가지가 굵어지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리더십 부재를 외치고 있다. 그러면서도 문제만 있으면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어제까지 떠받들어 주던 리더들을 사정없이 끌어내린다. 사회에서 조금 문제가 생기면 관계 장관을 경질하라고 하고, 축구도 조금 성적이 부진하면 일단 감독을 갈아야 한다는 소리부터 나온다.
물론 부서의 책임자가 어느 정도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책임자는 그 사람 하나일까? 우리가 끌어내리는 지도자들은 바로 우리가 최고라고 판단해서 우리의 손으로 뽑은 우리의 아들, 딸, 부모, 선후배, 친구들이 아닌가? 결국 지도자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캐리커처라고도 할 수 있다.
윈스턴 처칠은 “그 나라의 리더들의 수준은 꼭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이다”라고 했다. 툭하면 모든 문제의 책임을 리더에게만 뒤집어씌우고 흥분하는 우리들은 아마 찔리는 양심으로 스스로 모습에 분풀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엄격히 따진다면 책임은 리더와 그 리더를 배출한 우리 모두가 함께 져야 한다.
을사조약이 체결되어 한일합방이 되었을 때, 도산 안창호 선생이 그랬다지 않는가? “조선을 망하게 한 것은 이완용도 아니요, 일본도 아니다.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가 무지하고 못나서 나라가 망한 것이니까, 우리는 정신차리고 나라 되찾을 공부를 하자. 지도자가 없다고 한탄하는 당신은 왜 지도자가 될 공부를 하지 않는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교육, 종교, 문화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이제 그만 남을 탓하고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을 지도록 하자. 인스턴트형 대안 제시와 땜질식 리더 세우기를 그만 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기도하며 스스로 가다듬기를 시작하자. 가능성이 있는 젊은이들을 너무 빨리 승부의 세계로 투입해 탈진시키지 말고, 기본기부터 착실히 다지도록 도와 주자. 시끄러운 구호와 겉만 화려한 플래카드들을 절제하고, 깊은 영성과 예리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되도록 하자. 농부의 심정을 가지고 땀과 노력으로 정성스럽게 리더십을 세우고, 그에 대한 책임을 모두 함께 지도록 하자. 좋은 열매는 좋은 토양의 영양분을 먹고 열린다. 우리가 오늘 열심히 썩으면 다음 세대에 아름드리 나무들이 자랄 기가 막힌 리더십 토양이 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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