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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 문태준

Joyfule 2010. 4. 23. 03:41





    
    맨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잠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