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향연 - 홍윤숙
사랑하지 않아도 좋으리
기다리지 않아도 좋으리
우리는 지상에 떨어진 수 많은 별들
제 각기의 길을 가는 각각의 그림자
너와 더불어 이 세상 어느 한 구석에 살아있다는
다만 살아 있다는 그것만으로 다행한 우리들
우리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씨를 뿌려
허무의 열매를 거두며 살아 왔거니
서러워 말자 언젠가 다시
해후의 약속 없음을
굳이 바래 옵거니
시공을 넘어선 무상의 언덕위에
무심히 마주선 한쌍의 은행이기를
구원한 마음의 하늘
수정 바다를 머리에 이고
아득히 바라보는 바래움 없는 위치에서
묵묵자성하는 나무의 역사
살아 있음은 오직 하나의 권능
우리 옆에 이웃 있음은 또 하나
다사한 영광
내 마음 줄 그 한사람 있음이랴
크나큰 생명의 향연이어니
사랑하지 않아도 좋으리
기다리지 않아도 좋으리
너와 더불어 이 세상 어느 한 구석에
살아 있다는
다만 살아 있다는 그것만으로 다행한 우리들
우리는 욕망의 밭에 핀
흰빛 허무를 거두며 살아온 무상의 원정
서러워 말자
언젠가 다시 해후의 약속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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