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보리피리 - 차윤환

Joyfule 2010. 4. 21. 11:54
  

      보리피리 - 차윤환 송기(松肌) 발라먹던 시절엔 배가 고팠어요. 민둥산에서 내려와 배추꽃 장다리 꾹꾹 씹어 먹었지요. 생풀 게워 새김질 삼매경에 빠진 누렁소는 끼니 걱정을 안 했지요. 무명 치마끈 졸라매고 다북쑥 가득 따 안은 어머니. 나는 보리피리를 만들어 허기진 설움만 진종일 불어 냈지요. 아주 멀리서는 또 게으른 기적소리가 아물아물 아지랑이에 실려와 논두렁을 타 넘고, 텃밭에 감자 알 여물 때쯤엔 찔레꽃도 하얗게 무리 졌지요. 오월의 시장기를 풋것으로만 눈물 훔치며 양푼 가득 비벼내시던 어머니. 잠이 달았던 코흘리개 시절의 풋것들은 제 맛을 빼앗기고 맛을 조립하는 아내의 부엌에선 뜸 드는 밥솥 가장자리로 인공 아지랑이가, 압력 빠지는 소리에 딸려 나와 배부르게 올라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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