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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미훈련 껍데기 만들고 국방장관은 北 비위 맞추나

Joyfule 2018. 3. 9. 23:38

[사설] 벌써 한미훈련 껍데기 만들고 국방장관은 北 비위 맞추나

    입력 : 2018.03.09 03:20

    송영무 국방장관은 8일 이임 인사차 방문한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에게 "(한·미 연합훈련 때) 확장억제전력이라든지 원자력잠수함 같은 것들을 사령관 계실 때까지는 한반도에 전개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스위프트 사령관은 한국 국방장관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는 송 장관 발언을 잘못 알아듣고 "잘 준비하고 있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송 장관은 다시 "아니 한반도에 오지 않고…"라고 했다.

    송 장관의 말이 논란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자 국방부는 "4월 말 이임 때까지만이라도 편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위로의 말이었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거짓말로 주워 담는 것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미 연합훈련은 예년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전략 자산이 예년 수준으로 온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북의 도발 때마다 한반도로 출격했던 B-1, B-52 폭격기와 전략·공격 잠수함들의 훈련 참가를 한국 정부가 반대하고 있거나 대폭 축소하려는 것이다. 이 전략 자산들은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한·미 동맹 전쟁 억지력의 핵심이다. 확장억제는 한국에 대한 핵 공격이 임박했을 때 미국의 핵전력은 물론이고 재래식 전력까지 총동원해 위협을 제거하는 것으로, 핵이 없는 한국 입장에서 북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김정은이 지금 유화 제스처를 쓰고 있지만 북은 지난 25년간 우리와 국제사회를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속이며 핵개발을 해왔다. 핵실험을 6차례나 했다. 실제 북이 비핵화에 응할지 또 한 번의 기만 작전을 펴는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한·미 연합훈련을 거의 껍데기로 만들려 하고 있다. 북이 연례적 한·미 훈련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데도 알아서 북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다. 거기에 다른 사람도 아닌 국방장관이 나섰다. 대북 유화파밖에 없는 정부 내에서 그나마 균형추 역할을 조금이나마 하던 사람까지 이런다. 안 그래도 간첩을 잡고 북한 동향을 파악해야 할 국가정보원이 엉뚱하게 대북 교섭에 나서 있는 판이다. 지금 이 나라에선 대체 누가 위험한 상대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국가 안보에 진력하고 있나.

    북이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대화와 함께 한·미가 힘을 합해 최대한의 압박도 병행해야만 한다. 김정은이 대북 특사단에게 "한·미 연합훈련을 해도 이해하겠다"고 하면서까지 대화를 하자는 것도 이런 군사적 압박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 북핵과 미사일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김정은 말 한마디에 한국 정부는 마치 비핵화가 시작이라도 된 것처럼 대비 수준을 내리려 하고 있다. 이날 송 장관이 '전략 자산을 보내지 말라'고 말할 때, 미국 언론들은 "연합훈련을 대규모로 재개하기로 한·미 군사 당국이 합의했다"는 미 국방부 관계자들 말을 보도했다. 동맹국 군이 같은 계획 아래 움직이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대북 대화와 협상은 해야 한다. 다만 통일부와 외교부 등 그 일에 나서야 할 사람들이 있다. 국정원은 대화 기간에도 북한의 저의가 무엇인지 탐지해야 하고, 국방부는 더 철통같이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협상력이 더 강해진다. 그런데 모두가 무장해제하고 대화장으로 달려가면 나라는 누가 지키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8/20180308030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