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맥주 한잔 하며 어울리는 영화는..?
이건 여성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서른살 조인영이 열일곱살 소년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단, 이 영화는 스토리의 얼개를 생각하면서 보시면 절대 안 됩니다. 리얼리티와 환타지가 섞인 영화라서 '그냥'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셔야 합니다. 이게 왜 이래? 무슨 내용이야? 저 사람은 뭐지? 질문하시지 마시고, 그냥, 그냥 영화를 보고 장면장면을 느끼십시오. 이십대 중후반 이상의 여성분들이라면 비오는 밤 맥주 한 잔에, 딱입니다.
빔 벤더스의 영화인데요, 어디 영화제에서 상도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밀라 요보비치가 나오고요. 밀리언 달러 호텔이라는 곳에서 누가 죽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죽은 이유를 수사하는 과정이 내용의 큰 얼개입니다. 하지만 글쎄요. 스릴러의 탈을 쓴 인간존재의 이유(?)와 삶의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고 할까요. 보노가 음악을 맡았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몽롱한 음악과 몽롱한 화면과 몽롱한 등장인물들이 참 인상적입니다. 밀라 요보비치의 반쯤 정신 나간(?) 연기도 좋구요..남자주인공의 캐릭터도. 참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저도 본 지가 좀 되어서 그 느낌만 아련하게 남아 있는데, 흐를 듯 흐를 듯 흐르지 않던 눈물이 마지막 장면에 가서 한방울 툭, 떨어졌던 것만 기억이 납니다.
정말정말 재미있게 봤다기 보단, 그냥 보고나면 슬쩍 웃을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네요. 너무 다운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경망스럽지도 않고, 잔잔하게, 기분좋게, 딱 적당한 수위를 유지하며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뭐, 개인적으로는 그랬습니다. 오드리 토투의 발랄한 매력이 돋보이고..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불어 발음도 멍 때리며 영화 보기엔 나쁘지 않았습니다. 워낙 유명한 영화니..안 보신분은 한 번 쯤 보셔도 될 듯. 저런 여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싶은 생각이 들 겝니다, 보고 나면요.
뭐, 비 오는 날 밤에 한번 쯤 더 봐도 좋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영화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송강호의 연기는, 정말 대한민국 최고다 라는 생각이 보고 나서는 저절로 들었죠. 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시겠지요. 한 번 쯤 더 봐도, 충분히 좋을 영화잖아요.
비 오는 밤에 홍콩 영화 한 편도 괘엔찮죠. 홍콩 영화하면 또 왕가위가 아니겠습니까. 그 사람 영화도 그저 '느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감각적인 화면과 감각적인 대사들만 보고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저도 본 지가 정말정말 오래되긴 했지만..'분위기' 하면 자동적으로 생각나는 영화인 것만은 틀림없을 듯 합니다.
웃긴 영화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영화입니다. 이건 영화 전체가 거의 패러디로 점철되어 있기에..영화를 좀 아시는 분들이 봐야 웃기다는 단점이 있지만..그래도 웃기긴 웃겼던 거 같네요. 사실 뭐가 웃겼는지 기억은 정확하게 나지 않지만..하여튼 웃겼다는 거 밖에는...드릴 말씀이...-_-;;
이런 날은 또 머리 한 번 써 주는 것도 좋죠. '썸'은 실망스러웠습니다만 텔미썸딩은 좋았습니다. 복잡하긴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은 전혀 다른 생각 안 하고 영화에만 몰입할 수 있어서 좋을 겁니다. 보는 내내 머릿 속으로 사건을 짜맞추게 되거든요. 영화가 끝나면 노트에 인물 관계도를 그릴지도 모릅니다.(저는 예전에 그렸습니다-_-) 장르는 스릴러겠네요. 보고 나면 기분은 구리겠지만..영화 보면서 퍼즐을 짜맞추는 기분도 은근 좋아라 하는 사람들에겐 추천합니다요.
갑자기 이 영화도 생각나네요. '누워있는 호랑이와 숨어있는 용' 캬. 제목부터가 확 느낌이 오지 않습니까. 영웅과 전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이있다는 뜻이라네요. 진짜 강한 게 뭘까, 라는 화두를 던지는 영화입니다. 아, 역시 가물가물합니다. 표면적인 비범함(장쯔이)을 넘어서는 고수(주윤발)의 이야기였던 것 같기도 하고요. 화려한 무술 실력이 결국 대나무의 중력(자연의 힘)을 이기지 못했던 장면도 떠 오르네요. 라스트 씬,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쯔이가 추락하는 건지 하늘로 날아오르는 건지 언뜻 보면 구분이 안 갔던 게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걸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어쨋거나, 좋은 영화이니 추천합니다. 장쯔이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일약 샛별로 떠올랐다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이겠죠.
여기까지 적고 이만 퇴근해야겠습니다. 퇴근하려다 혼자 너무 삘 받아서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아졌네요. 아무쪼록, 오늘 밤 좋은 영화 감상 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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