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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L. 톨스토이

Joyfule 2018. 12. 20. 16:4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L. 톨스토이 
    
    8. 쌍둥이 계집아이들 
    다시 세월이 흘렀다. 
    미하일이 세묜의 집에 온 지도 6년이 되었다. 
    그는 전과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았고 쓸데없는 말도 하지 않았다. 
    웃은 것은 딱 두 번뿐이었다. 
    이 집에 처음 오던 날 마뜨료나가 저녁 밥상을 준비할 때, 
    그리고 죽은 신사가 구두를 맞추러 왔을 때였다. 
    세묜은 미하일을 아주 좋아했다. 
    이제는 그가 어디서 왔는지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다만 어디로 가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었다.
    어느 날 온 가족이 집에 모여 있었다. 
    마뜨료나는 난로에 냄비를 올려놓고, 
    아이들은 걸상 위로 뛰어다니고, 창 밖을 내다보기도 했다. 
    세묜은 창가에 앉아 구두를 깁고 있었다. 
    미하일은 다른 창가에서 굽을 붙이고 있었다.
    그때 세묜의 아들이 걸상을 타고 미하일 곁으로 와서 
    그의 어깨를 짚고 창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미하일 아저씨 저것 좀 봐. 
    가겟집 아주머니가 딸들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와요. 한 아이는 절름발이에요."
    아이가 말하자 미하일은 일손을 멈추고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보았다.
    세묜은 놀랐다. 
    지금까지 미하일은 창 밖을 내다본 일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창문에 얼굴을 바싹 대고 뭔가 열심히 보고 있었던 것이다. 
    세묜도 창 밖을 내다보았다. 
    한 여인이 집 쪽으로 오고 있었다. 
    옷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여인은 털외투에 숄을 두른 두 계집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여자아이들은 얼굴이 똑같아 분간할 수 없었다. 
    한 아이가 왼쪽 다리를 저는 것만이 달랐다.
    여인은 층계를 올라와 현관으로 와서 문고리를 두들겼다. 문이 열렸다. 
    여인은 아이들을 먼저 들여보내고 자기도 따라 들어왔다.
    "안녕하셔요, 여러분!"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여인은 책상으로 가서 앉았다. 
    두 여자아이는 낯선 듯 여인의 무릎에 기대고 있었다.
    "이 아이들 봄 구두를 맞추려고요."
    "지어드리죠. 이렇게 작은 구두는 만든 적이 없지만 할 수는 있습니다. 
    가장자리에 장식이 댈 수도 있고, 안에 천을 댈 수도 있어요. 
    우리 집 미하일은 솜씨가 아주 좋답니다."
    세묜은 미하일을 돌아보았다. 
    미하일은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 아이들을 뚫어져라고 바라보고 있었다. 
    세묜은 그걸 보고 놀랐다. 
    그도 두 아이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까만 눈동자에 뺨은 통통한 살구 빛이었다. 
    아이들이 입고 있는 털외투도 숄도 멋진 것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뚫어지게 바라보는 이유는 뭘까? 
    원래 두 아이를 아는 듯한 태도였다.
    세묜은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흥정을 시작했다. 
    값을 정하고 발을 재야 할 차례였다.
    "한 아이 것만 재면 돼요. 
    아픈 발은 한 짝만 짓고, 이쪽은 세 짝을 만들어 주세요. 
    두 아이는 발이 꼭 같거든요. 쌍둥이거든요."
    세묜은 치수를 재고 절름발이 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이는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요? 
    참, 귀엽게 생겼는데. 나면서부터 저렇습니까?"
    "아니요. 엄마에게 눌려서 그렇답니다."
    마뜨료나가 끼여들었다. 
    그 여자가 누군지, 쌍둥이가 누구의 아이들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 물어 보았다. 
    "그럼 부인은 얘들 엄마가 아닌가요?"
    "나는 얘들 엄마도 친척도 아니라우. 생판 남인데 수양딸로 삼았지요"
    "직접 낳은 것도 아닌데 정말 사랑하시는군요!"
    "그럴 수밖에 없지요. 내 젖으로 키웠으니까요.
     나도 자식이 있었는데 하나님이 데려가셨어요. 
    그래도 그 아이는 가엾지 않은데 얘들은 정말 가엾어요."
    "도대체 어떤 집 애들인데요?"